공공미술은 품격 높은 삶의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일정 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다.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을 신·증축하는 건축주가 건축비의 0.1%(공동주택)~0.7%(근린생활시설·판매시설·업무시설·숙박시설·위락시설)에 해당하는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을 의무화 한다. 1970년대 국내 도입된 공공미술(건축품 미술제도)은 초기에 대중보다 장소의 관점으로 접근하며 창작과 예술성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전통 돌조각은 물론 건물 외벽의 디지털아트, 주민 참여형 설치 작업, 복합문화 공간의 초대형 상징물까지 대중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공미술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지향하는 대규모 3차원 조형미술 장터가 열린다. 오는 22~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조형아트 서울’이다.
조형아트서울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사진=조형아트 서울 제공 |
1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로운 여정((NEW JOURNEY)’. 그림은 물론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를 통해 미술사적 의미까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자리다. 그동안 국내에서 '아트페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간간이 열렸던 작품전과는 전혀 다르다.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의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 대거 포함돼 있어서다. 원로 조각가 전뢰진를 비롯 광화문 ‘세종대왕상’ 조각가 김영원, 일본작가 타카시 무라카미, 브라질 인기작가 로메로 브리토, 미국의 알렉산드라 그랜트 등 국내외 유명 작가 740여 명의 작품 3300여점을 펼쳐보인다. 작품값도 10~20% 저렴하다. 직장인과 기업, 컬렉터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구입해 사옥 로비와 사무실, 집안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수 있는 기회다.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이 조직위원장,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경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희범 위원장은 “미술의 산업화를 실현하려면 학문과 예술 후원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한국판 메디치가 필요하다”면서 “미술인과 건설인, 기업인들이 신나도록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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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개막하는 조형아트샤울에 출품될 설치작가 겸 조각가 권치규의 작품. 사진=조형아트서울제공 |
◆국내외 화랑 86곳 열띤 판매전
금산갤러리, 청작화랑, 맥화랑, 아트파크, 갤러리 가이아 등 국내외 화랑 86곳은 이색적인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치열한 판매전에 뛰어든다.
청작화랑은 한국화가 서세옥과 원로 조각가 김영원은 물론 고성희, 김성복, 김희경, 박동균, 박래현, 신재환 등 관록있는 작가의 작품을 고루 배치해 컬렉터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금산갤러리는 리앙 빈빈, 마츠에다 유키, 박승모, 시홍야후이, 오동훈, 정현숙의 특별하고 이색적인 작품을 들고 나온다.
갤러리 가이아는 김병종, 유선태, 반미령, 김명진, 김성건, 루이스루이스, 데이비드 걸스타인, 로메로 브리토 등 국내외 인기들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맥화랑 역시 강혜은, 김은주, 김현수, 문형태, 박진성, 오순환, 청신, 허문희 등을 출전시켜 묵직하고 강렬한 작품을 내보인다.
아트파크에서는 나윤선, 배준성, 세자르 발다치니, 신동원, 신한철, 아리엘 모스코비치, 여동헌, 장 피에르 레이노, 최영욱의 작품을 건다.
해외 화랑들도 국제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들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대만의 데르홍 아트갤러리는 슈카이 린과 다카시 무라카미, 친이린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고, 제이피 아트센터는 유희스 흉과 김은주, 웬첸쳉의 신작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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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알렉산더 그랜트의 '코스모스' 사진=조형아트 서울 제공 |
◆유리 조형물 등 다채로운 특별전
메인 전시 외에 국내외 조형미술을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가 마련된다. 대형조각 특별전에는 김성복, 권치규, 김기민, 김지영, 박찬걸, 양태근, 이영섭, 최승애 등이 참여해 조형예술의 압도적인 공간감을 연출한다. 관람객들은 평면 작품과는 다른 3차원 입체 조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출품작의 가격대는 점당 3000만~1억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기업, 기관, 공공기관 등이 소장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공공조형물 견본공간으로 기획돼 관람객의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헐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연인으로 알려진 미국 작가 알렉산드라 그랜트의 특별전도 놓칠 수 없다. 그랜트는 조각, 영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전방위 아티스트다. 그는 ‘번역과 정체성, 사회적 의무감‘이라는 주제로 문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언어와 조형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 그랜트가 내한해 회화·실크스크린 신작을 포함해 미학적 실험을 선보인다.
전국 10개 대학의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TEN x TEN’ 조각 특별전도 신선한 볼거리로 주목된다. 강원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부산대, 성신여대, 전남대, 중앙대, 충남대, 홍익대 조소 전공 교수들이 함께 참가해 세대를 아우르는 조형예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특별전이다. 작가들에게는 작품 판매의 장을 만들어 주고, 조형예술의 대중화를 촉진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작품 가격 역시 200만원 이하여서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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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석의 '무릉도원' 사진=조형아트 서울 제공 |
이밖에 사이버폭력 문제를 예술로 풀어낸 ‘스톱! 사이버 불링(Stop! Cyber-Bullying)’ 특별전, 국제 세미나, VIP 라운지 전시 등 다양한 연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스톱! 사이버 불링’전에는 강석태, 곽인상, 권지안, 김원근, 김진우, 일로스, 알렉산드라 그랜트, 서승준, 하지원, 최석영, 더 웨이브가 작품을 들고 나온다.
조형아트서울 운영위원장을 맡은 손성례 창작화랑 대표. 사진=조형아트서울 제공 |
조형아트서울 손성례 운영위원장은 “꾸내 유일의 조형아트서울은 조각 중심 플랫폼으로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해왔다”며 “최근 현대미술은 회화보다는 장르의 혼용과 매체 실험이 큰 흐름을 이루는 만큼 일반인뿐 아니라 조형물이 필요한 기업, 건물주가 한자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살 수 있는 통로를 여는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만 원 아트 타이페이, 캐나다 아트 밴쿠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조형아트서울은 오는 7월 처음 해외 진출에도 나선다. 오사카 엑스포 기간 중 일본 예술단체 Study와 함께 ‘Study x PLAS Asia Arts Fair’를 공동 개최한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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