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동심의 화가' 장욱진, '물방울 작가' 김창열, 단색화가 박서보, '산의 화가' 유영국, 일본의 야요이 구사마 등 국내외 쟁쟁한 거장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이 오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여는 5월 경매를 통해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112점 131억원. 지난 달 기획 경매와 비슷한 규모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베팅할 기회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박수근과 단색화, 연초부터 홍콩시장을 뜨겁게 달군 일부 한국 고미술 애호가들의 ‘사자’ 열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케이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서핑하고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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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50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하는 박수근 화백의 '아기업은 소녀'. 사진=케이옥션 제공 |
케이옥션은 이번 행사에 시장성과 환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수근이다. 서민적 일상과 인물을 간결하게 묘사한 그의 1964년 작 '아기 업은 소녀'가 7억50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소녀의 둥근 어깨와 두터운 옷자락, 등에 업힌 아기의 형태를 극도로 단순화한 수작이다. 아기 업은 소녀가 뒷모습을 통해 강한 존재감과 함께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진다.
손이천 홍보이사는 “이 작품은 갤러리 현대가 2021년 출간한 평전 '박수근'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같은 해 발간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 수록된 주요 작품”이라며 “‘아기 업은 소녀’ 연작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고 박수근 특유의 조형 언어가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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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묘이 구사마의 '나비들-TWAO' 사진=케이옥션 제공 |
일본 스타작가 야요이 구사마의 대표작 '나비들-TWAO'도 나온다. 구사마는 반복과 무한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 미술사에서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작가로 잘 아려져 있다. 화려한 색채로 다섯 마리 나비를 선명하게 그려넣은 이번에 출품작은 검은 배경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점들이 물결처럼 흐르며 시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양한 시기와 시대를 아우르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 역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주인을 찾는다.
물방울을 통해 무한한 사색의 공간을 창조한 김창열의 작품, 단순화된 형태와 원색을 배제한 담백한 색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동심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장욱진의 그림, 반복된 선을 통해 수행과 정신성을 강조한 박서보의 묘법 등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시선과 감각으로 경계를 허물고 철학적 질문과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낸 컨템포러리 아트도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세계적 화랑 가고시안 갤러리가 최근 서울 전시에서 소개한 벨기에 출신 화가 해럴드 앤카트의 작품 '무제'는 추정가 4억2000만∼5억원에 나와 있다.
왜곡된 인물 초상으로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탐구한 조지 콘도, 강렬한 색채와 상징으로 감정의 본질을 시각화한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 현대 사회의 정체성과 문화적 코드에 질문을 던진 사이먼 후지와라, 어린아이의 낙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우국현, 한지를 겹겹이 붙이고 덧칠하는 기법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따뜻한 빛의 기억을 화폭에 담아낸 정영주 등의 작품이 특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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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자호. 사진=케이옥션 제공 |
고미술 분야에서는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회화 작품, 사료적 가치 높은 서예 작품을 입찰한다.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35㎝ 높이의 조선 시대 달항아리. 뾰얀 우윳빛깔 표면에 예술적 깊이와 역사적 의미가 숨결처럼 묻어있다. 작품의 추정가는 3억5000만∼8억원이다.
모든 출품작들은 오는 28일 경매 당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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