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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이른바 ‘룸살롱 접대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의 폭로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지 부장판사는 19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네 번째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판사가 법정에서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평소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지내고 있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ㆍ맥주)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 뒷조사에 의한 계속적 외부 공격에 대해 재판부가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불과 4시간쯤 뒤 민주당은 유흥업소 사진과 함께 지 부장판사가 다른 두 사람과 동석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맞불을 놨다.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인 노종면 의원은 “사진이 있는데 뻔뻔히 거짓말한 판사에게 내란 재판을 맡길 수 없다”며 “당장 법복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지역 유세에서 “내란 세력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 법정은 깨끗한 법정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와 동석한 사람이 직무상 관련자인지, 부적절한 향응 접대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앞서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을 때부터 이미 불편한 심기를 보여왔다.
법원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이번 의혹이 지 부장판사 개인 차원의 문제을 떠나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부장판사는 “판사 개인의 얘기만 믿고 대응하다 보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문제가 더 꼬이기 전에 대법원이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가뜩이나 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민주당의 ‘사법 개혁’ 공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자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안을 비롯해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 도입을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을 줄줄이 내놨다.
사법부가 성역은 아니다. 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부적절한 향응 접대를 받았다면 판사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법부는 도덕성과 염결성(廉潔性)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법 신뢰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하지만 판사 개인을 겨냥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결국 ‘사법부 흔들기’나 ‘길들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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