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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은 지난 22일 경기도 가평군 호명산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지역에서 자매결연 미군부대 초청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95화생방중대 장병들은 호명산에서 우리 군과 함께 유해발굴작전에 참여했다.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미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막판으로 치닫는 대선 레이스는 물론,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시급히 대응해야 할 초대형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국방 관계자를 인용, 미국 국방부가 약 4500명의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내 괌 등 다른 기지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2만8500명을 유지하도록 미국 국방수권법안(NDAA)에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제안은 북한 문제에 대한 비공식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진 대통령 책상에 전달되지는 않았으며, 여러 대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확인도 아직까진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있냐는 질문에 “발표할 정책은 없다”고 답했다. 피트 응우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미국의 군사 지원 지속 여부가 명확해진 이후에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첫 임기때부터 주한미군 ‘감축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만큼, 미국 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할 수 있다는 언급을 여러차례 내놓은 바 있어 감축론 또한 ‘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6ㆍ3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는 관세 등 경제ㆍ통상 현안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 포괄적·총체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감축론에 대해선 미국 측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가 표출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아시아 주둔 미군을 총괄하는 지휘관들은 병력 감축이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한 잠재적 갈등 상황에서 전투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병력을 줄이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한미군은) 동해에서 러시아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잠재력과 서해에서 중국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잠재력, 그리고 현재 작동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WSJ는 이번 감축안이 진지하게 검토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불안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한미군은 오랫동안 한반도내 전쟁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재배치 검토안 또한 중국 견제 목적을 유지하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괌이 중국의 군사적 접근은 비교적 어려운 반면 역내 분쟁 지역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올해 초 아시아를 처음으로 순방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억지력을 재건해야 한다”며 “전례 없는” 전략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주한미군 유지는 여전히 미 국방부와 한국 정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WSJ는 분석했다.
최근 취임한 엘브리지 코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한다”면서도, 필요할 경우에는 핵무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SNS에 “나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대신 주한미군을 중국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여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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