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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액션롤플레잉게임(ARPG) 젠레스 존 제로의 아사바 하루마사와 명일방주의 라플란드를 코스프레한 코스어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22일 오후 2시, 경기 일산 킨텍스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수도권 최대 게임문화 축제가 열리는 ‘플레이엑스포’ 전시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이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가발과 정교한 코스튬으로 중무장한 코스플레이어들이 곳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중국 액션RPG ‘젠레스 존 제로’의 아사바 하루마사와 ‘명일방주’의 라플란드로 분장한 20대 남성 두 명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진짜 압도적인 것은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찾아온 직장인부터 자신만의 게임을 소개하는 소규모 개발자까지, 이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전시장 전체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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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하반기 출시예정인 안녕서울: 이태원편을 체험해보고 있는 관람객들. / 사진: 민경환 기자 |
◇신작 체험하려 몰린 ‘진성 게이머들’
네오위즈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하반기 출시 예정작 ‘안녕서울: 이태원편’과 ‘셰이프 오브 드림즈’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다. 한 명당 15분씩 플레이할 수 있는데, 대기 줄에는 열 명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줄 맨 앞에 서 있던 30대 양모씨를 만났다. 그는 이날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서울 중랑구에서 일산까지 왔다고 했다.
“네오위즈가 배급한 ‘산나비’를 플레이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감동을 바탕으로 ‘안녕서울’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함께 줄을 서서 게임을 체험해봤다. 소행성 충돌로 멸망을 앞둔 서울에서 주인공 라연이 우주 대피 비밀프로젝트를 추적하는 스토리였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디스토피아적 서울을 2.5D 픽셀아트로 표현한 독특한 감성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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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 남코는 오는 8월 말 출시 예정인 슈퍼로봇대전Y를 이날 플레이엑스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형사부터 인디까지…개발자들의 각축장
일본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반다이남코는 이번 엑스포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8월 출시 예정인 ‘슈퍼로봇대전 Y’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대형 게임사 못지않게 인디 개발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웹개발자 출신인 이도형씨(29)는 3년 넘게 다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디게임 커뮤니티 ‘인디터’에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4인 팀 ‘요괴대학’을 만들었어요. ‘설화’라는 게임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게임을 바탕으로 자체 굿즈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아직 출시 전이지만 게이머들과의 만남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엑스포 참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은 부스에서 만난 ‘큰 꿈’
인디게임 존 한편에서는 ‘아키타입 블루’의 신원철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어 스마일게이트 대형 부스에서도 소개되고 있었지만, 그는 별도로 작은 부스를 차렸다. “한 분이라도 더 게임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신 대표의 말에서 게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졌다.
미래의 게임 개발자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게임개발학과 3학년인 심모군은 “학교 현장체험학습으로 왔는데, 일정이 끝났지만 더 남아서 게임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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