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윤활유 부문 수익이 본업인 정유부문을 웃돌아
대외 변수에 좌우되는 정유 부문과 달리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액침냉각유, 데이터센터ㆍESSㆍ전기차배터리 등 유망 분야에서 수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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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대한경제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정유업계가 유가 및 정제마진 약세로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윤활유 부문이 수익 방어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활유는 유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데다,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등 유망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 미래 전망도 밝다고 여겨진다.
25일 각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가 올해 1분기 정유부문에서 얻은 합산 영업이익은 총 95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3617억원) 대비 9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석유 부문 영업이익은 363억원으로 전년 동기(5911억원) 대비 93.9% 감소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부문에서 전년 동기(2192억원)보다 82.4% 감소한 3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74.4% 줄어든 771억원의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에쓰오일은 5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4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504억원의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정유업계의 위기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중이다.
80달러 중반∼90달러 초반에 달하던 국제유가는 작년 2분기부터 하향세에 접어들며 최근 6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줄어들며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곤두박질쳤다.
극심한 업황 부진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비정유 부문의 윤활유 사업이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가 윤활유 부문에서 거둔 합산 영업이익은 총 3688억원으로, 정유 부문 영업이익의 3.9배에 달한다.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부문에서 1214억원, 에쓰-오일은 1097억원, GS칼텍스는 916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461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윤활유 부문의 가장 큰 장점은 유가 및 정제마진에 의해 수익성이 좌우되는 정유 부분과 달리 제품 자체의 부가가치가 높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계 장치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등에서 정기적인 유지보수 작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정유사들은 윤활유의 새로운 활용 분야로 ‘액침냉각’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액침냉각은 서버 전체를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 대비 열전도율이 높고 전력 소비량은 30% 적어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 다른 열관리 분야로의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춰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관련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를 통해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액침 냉각 시장에 진출한 이후 제품 및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인화점이 250℃인 고인화점 액침 냉각유 제품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GS칼텍스도 지난 2023년 자체 개발한 액침 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한 이후 제품을 총 4종으로 세분화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 GRC로부터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 인증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기술은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이 높고 에너지 소비량이 적어 발열 관리가 중요한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정유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유가나 경기 변동 영향을 덜 받는 액침냉각유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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