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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대신 기름으로 냉각… ‘액침냉각’ 기술로 데이터센터 열관리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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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5 17:03:30   폰트크기 변경      
이성규 SK엔무브 PM “열 관리에 전력량도 37% 절감”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센터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세미나’에서 이성규 SK엔무브 PM이 액침냉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 발열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AI 연산을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전력 소모가 많이 늘어나면서 기존 공랭식(외부 공기로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어 액침냉각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성규 SK엔무브 e-Thermal사업팀 PM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개최한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개발 및 구축 사례와 효율적 운영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GPU 칩이 내는 발열량은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과거 ‘V100’ GPU 모델의 TDP(열설계전력)가 300와트(W)였다면, 후속 모델인 ‘H100’은 700W로 2배 이상 발열량이 늘었고, 곧 출시될 차세대 AI 칩 ‘블랙웰 B200’의 경우 1000W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서버 1대당 4개 이상의 GPU가 탑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랙(서버 보관함) 당 발열량이 수십 킬로와트(kW)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2026년 7월 이후 설치되는 데이터센터는 PUE(전력사용효율) 1.2 이하로 설계하도록 법제화했다. PUE는 데이터센터 총 전력량을 IT 장비 전력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효율적이다. 싱가포르도 PUE 1.3 이하 조건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액침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액침냉각은 서버를 특수 냉각유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으로, 이 PM은 “목욕탕에 뜨거운 몸을 담그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뜨거워진 냉각유는 외부로 순환돼 열교환기에서 냉각된 후 다시 서버로 공급된다.

SK엔무브는 국내 최초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해 액침 냉각 솔루션별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SK텔레콤과 실시한 POC(개념 실증)를 통해 독자 개발한 액침냉각 기술의 우수성도 입증했다.

SK엔무브의 액심냉각 기술은 기존 공랭식 대비 냉방전력을 93% 절감할 수 있다. 또, 서버 팬 등 기존 설비에 들어가던 일부 부품이 필요 없어 IT 관련 전력도 10% 줄어들기 때문에 총 전력사용량을 37%까지 감축할 수 있다. PUE도 1.05를 달성하며 국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SK엔무브가 개발한 액침냉각유 ‘ZIC e-FLO’ 시리즈는 인화점 154℃부터 254℃까지 5개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특히 인화점 254℃ 제품은 국내 위험물 안전관리법 조건을 만족해 대용량 데이터센터에 적용 가능하다.

이 PM은 “액침냉각은 냉각 성능뿐만 아니라 화재 안전성도 뛰어나 배터리 발열 억제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실제 자체 진행한 배터리 열폭주 실험에서 기존 4.6초 지속되던 화염이 0.4초 만에 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확산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엔비디아가 아직 액침냉각 방식에 대한 워런티(품질보증)를 제공하지 않아 서버 업체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PM은 “DLC(직접액체냉각) 방식은 이미 대중화됐지만, 액침냉각은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은 2040년 신규 데이터센터의 21.7%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전기차 충전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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