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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개발비가 만든 진입 장벽
ASML, 노광장비 100% 독점
TEL, EUV 공정의 숨은 강자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노광과 공정 보조 영역에서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EUV 장비는 13.5나노미터(nm) 파장의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회로를 정밀하게 새기는 기술로, 광학ㆍ기계ㆍ재료 공학이 집약된 초정밀 기술의 결정체다. 천문학적 개발비와 극도로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신규 기업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기업으로, ‘슈퍼 을’의 대명사다. 7n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리소그래피(빛을 이용해 반도체 칩의 회로를 미세하게 새기는 기술)에서 2024년 기준 시장점유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은 모두 ASML 장비 없이는 최신 미세공정 구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ASML의 지난해 매출은 283억유로(약 44조원)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EUV 장비는 한 대에 수천억 원이며, 대기 기간이 몇 년에 달한다”며 “연간 생산량도 50~70대 수준으로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EUV 공정은 ASML 혼자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EUV 공정에 필수적인 보조 장비인 코터ㆍ디벨로퍼 시장에서 점유율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EL의 EUV 리소그래피용 코터ㆍ디벨로퍼 장비는 ASML의 EUV 장비와 함께 사용되는 필수 서브 시스템으로, ASML의 성공과 함께 TEL도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TEL은 지난 9일 발표한 2025 회계연도(2024년 4월1일~2025년 3월31일) 실적에서 매출 2조4315억엔(약 23조3424억원), 영업이익 6973억엔(약 6조6941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28.7%라는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SNS인사이더에 따르면 EUV 리소그래피 시장은 2023년 100.9억 달러에서 2032년 357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5.1%에 달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호황이 EUV 기술 수요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 순위에서 ASML이 1위, TEL이 4위를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15.15%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EUV 노광용 코터ㆍ디벨로퍼는 노광장비의 보완재 성격으로, ASML과 TEL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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