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성 혐오 발언’ 논란으로 정책 검증 묻혀
전문가 “양자 토론 방식ㆍ토론회 횟수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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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이번 대선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면서 토론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책 검증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후보자들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6ㆍ3 대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레이스 막판 선거전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여성 혐오 발언’ 논란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열린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면서 비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실시간으로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던 정치평론가들은 좌우 진영을 넘어서 일제히 “이 후보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TV 토론회에서 할 만한 발언이 아니었다, 표현 수위가 거칠었다는 등의 비판은 토론회가 끝나고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9일 이 후보 발언에 대한 ‘인권 침해 진정’이 35건 접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진정인은 “단순한 실언이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계획적 혐오”라며 “선거 과정과 공론장에서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확산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행위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후폭풍이 거세자 이 후보는 다음날 해당 발언에 대해선 사과했으나 ‘후보 검증을 위한 문제 제기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시민단체, 유튜버들이 총출동해 저를 향한 인신공격에 나섰고, 선거사무소 앞에서는 사퇴를 겁박하는 시위까지 이어졌다”며 “상식의 눈높이에서 묻는다.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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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 후보 주장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발언 논란은 토론회 방식을 개선해야 여론을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방식이 대선 주자들의 검증이라는 목적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시간총량제라는 시간 제한 방식이 토론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으나 취사선택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세 차례의 TV토론으로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나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하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선 현재 1시간여 동안 네 명의 후보가 모두 토론하는 방식은 부족하다. 양자 토론 방식으로 횟수를 좀 더 늘려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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