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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트럼프 ‘관세전쟁’ 급제동…세계 시장 일단 반색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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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9 17:43:02   폰트크기 변경      
美정부, 즉각 항소 방침…지난한 법정다툼에 혼선 가중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대한경제=강성규 기자]세계 각국을 겨냥해 거침없이 진격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행보가 예기치 못한 내부 복병을 만났다.

1심 법원 격인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반입 차단’을 명분으로 캐나다ㆍ멕시코ㆍ중국에 부과한 10∼25% 관세와 지난 4월2일 이른바 ‘해방의날’에 한국(25%) 등 세계 57개 교육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등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들을 ‘10일 내 폐기’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상호관세를 막아달라며 미국 소재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철강ㆍ알루미늄ㆍ자동차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이번 재판 청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추후 법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이의 제기된 관세들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기 취임 후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쏟아냈다. 이 법에는 미국과 적대국의 거래를 규정하는 법으로 대통령이 전시와 국가 비상사태 동안에는 광범위한 경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미 헌법에 ‘관세권’은 의회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IEEPA가 대통령에게 무제한 관세 권한을 위임하지는 않는다는 게 법원의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거세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 절차에 들어갔다. 백악관의 ‘실세’로 통하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SNS에 법원의 결정이 “고삐 풀린 사법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이 국가적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의 항소 방침에 따라 이 사안은 국제 무역분쟁을 관할하는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기서도 결판나지 않으면 최고 법원인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미 내부적으로는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원은 그간 트럼프 2기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 유학생 비자 박탈, 성전환자 군 복무 금지, 정부 구조조정 등 강경 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이에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 권력을 찬탈하려 한다”, “어떤 지방법원 판사도 대통령의 직무를 맡을 수 없다”라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일제히 ‘반색’했다. 법원 결정 직후 미국 다우지수 선물은 500포인트 상승했고 스탠다드푸어스500과 나스닥 선물도 1.4%, 1.6% 올랐다. 이날 ‘깜짝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 주가의 시간외거래는 4.87%, 트럼프와 갈등설이 불거졌던 애플의 주가는 3.5% 급등했다.

유럽 주요 지수(EU Stoxx 50, FTSE 100, DAX)들 역시 동반 상승했으며, 29일 한국 코스피 또한 1.89% 급등한 2720.64, 코스닥은 1.03% 오른 736.29에 마감했다.

그러나 지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법적 다툼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대미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정책적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로이터 통신은 외환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에 분명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관세 정책의 완전한 중단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적 분쟁은 미국 ‘국내’ 문제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아랑곳 않고 다른 나라들과 관세협상은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레이 아트릴 시드니 NAB의 외환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에 “발표된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게 우리의 가정”이라며 “결국 연방 대법원에 달려 있는 것인데,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겠다. 찻잔 속의 태풍일 수 있고, 혹은 보다 심대한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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