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감정실무 개정 과정서
충전식공법 적용 보수비 산정
전문성ㆍ다양성 확보 실패 지적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9일 열린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건설감정실무’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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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화인의 민혁준 변호사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에서 ‘균열 하자와 관련한 법원 감정의 비판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하자소송에서 감정 결과 편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 법원(서울중앙지법 건설소송실무연구회)이 내놓은 건설감정실무는 이미 소송 실무에서 사실상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전문적인 측면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16년 개정 작업도 극히 일부에 의해 주도되는 등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개별 하자 항목 가운데 통상 보수비용이 가장 큰 ‘층간 균열’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을 지을 때 한꺼번에 모든 층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고, 콘크리트 특성상 한 층씩 쌓아 올리게 된다. 이때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 차이 때문에 위아래층의 콘트리트가 만나는 부분(층이음부)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 법원은 △층간 균열폭이 0.3㎜ 미만인 경우 접착제(퍼티)와 방수페인트를 칠하는 ‘표면처리공법’을 △균열폭이 0.3㎜ 이상인 경우 균열 부위를 V자나 U자로 파내고 보수재를 채워 넣는 ‘충전식 보수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산정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충전식 공법이 훨씬 비싸 표면처리공법 대신 충전식 공법을 적용하면 보수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6년 건설감정실무 개정 과정에서 균열폭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산정하도록 지침이 바뀐 이후 층간 균열에 대한 과잉 감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고시 등은 콘크리트 균열폭이 0.3㎜ 이상이어야 하자로 판정하고 있다.
게다가 충전식 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받더라도 실제로는 표면처리공법만으로 보수 공사를 마친 뒤 남은 보수비는 다른 용도로 쓰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결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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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정홍식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법무법인 화인의 민혁준ㆍ황석현 변호사는 이날 ‘균열 하자와 관련한 법원 감정의 비판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다수의 법원 감정인들은 건설감정실무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하자라고 볼 수 없는 0.3㎜ 미만의 균열조차도 무조건 하자로 보고 일률적으로 충전식 공법을 적용해 보수비를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 변호사는 “충전식 공법을 적용할 경우 균열폭보다 더 크게 벽체를 파낸 다음 보수재를 채워야 하는데, 벽체를 파내는 과정에서 방수키가 훼손되면 오히려 외기나 수분 유입에 훨씬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충북대가 습도 95%에 80㎪(킬로파스칼)의 압력을 72시간 유지하는 식으로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보다 더 가혹한 조건을 가정해 투수시험을 했는데도 표면처리공법을 적용한 층이음 부위에서 수분 침투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변호사는 “미세한 균열에 대해서는 오히려 표면처리공법이 효과적인 보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판결은 층간 균열에 대해 충전식 공법을 적용해 하자보수비를 인정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방수키 시공 여부와 층이음 부위의 중성화 여부를 확인해 구조안전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표면처리공법 적용을 인정하는 판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자소송에서는 허용 균열폭을 기준으로 전략을 세우고, 감정보완 신청 등을 통해 적절한 보수공법의 적용을 요청하는 방어 전략이 중요하다”며 “소송 전 퍼티 보수나 도장 등 하자물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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