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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소송 부추기는 ‘고무줄 감정’ 난무… 감정기준 표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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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0 06:00:39   폰트크기 변경      
대경ㆍ법무법인 화인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 세미나’ 지상중계

법원 건설 감정기준은 ‘모호’
감정인따라 결과는 천차만별
잘못된 감정 뒤집기도 어려워
시공실무-감정기준 불균형 심각
주택소비자ㆍ건설사 피해 부메랑

감정평가ㆍ하자기준 재정립 필요
업계 차원 대응 체계 구축해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주택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법조계와 학계ㆍ주택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부실ㆍ과잉 감정’을 무분별한 하자소송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법원의 건설감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하자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화인의 정홍식 대표변호사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와 법무법인 화인,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한국건축시공학회, 한국건설방수학회, 에이앤티엔지니어링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를 공동으로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하자소송은 날이 갈수록 그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드론 등을 활용한 정밀조사 방식이 도입되면서 아파트 균열에 대한 하자보수비는 급격하게 올랐고, 감정항목도 세분화돼 많으면 600개가 넘는 항목까지 감정이 이뤄진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건설사들의 하자소송 부담도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하자소송에서는 하자의 범위와 보수비를 특정하는 게 핵심인데, 법원의 건설감정 기준이 모호한 데다 법원 감정인의 재량이 너무 크다 보니 감정 결과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이른바 ‘고무줄 감정’ 문제다.

동일한 감정 항목이라도 하자로 봐야 하는지 감정인마다 의견이 다를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비를 산정할 때도 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같은 건물, 같은 부분에 대한 감정 결과가 감정인에 따라 세대당 최소 몇십만원에서 최대 몇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건설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감정 결과에 의존해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잘못된 감정 결과는 좀처럼 뒤집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재감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극히 예외적이다.

2022년 사법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민사건설재판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감정에 대한 변호사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은 10%(매우 만족 1%, 만족 9%)에 그친 반면, ‘불만족’이라는 응답은 41%(불만족 33%, 매우 불만족 8%)에 달했다.


불만족의 원인은 △감정인의 능력과 자질 부족(42.3%) △감정인의 업무 소홀(39.2%) △감정인의 전문분야 불일치(35.1%) △감정인의 공정성 의심(32%)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고무줄 감정과 무분별한 하자소송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분양대금에 반영돼 그 피해가 소비자와 주택건설업계 전반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에이앤티엔지니어링의 김미진 이사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하자소송 해소를 위한 세미나’에서 ‘법원 건설감정실무의 객관화 및 표준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에이앤티엔지니어링의 김미진 이사는 이날 ‘법원 건설감정실무의 객관화 및 표준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법원의 건설감정실무는 건축물 하자 감정에서 감정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하자 항목에 대해 표준화된 기준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하자 항목에 대한 기준도 없다 보니 감정인마다 판단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결국 동일한 하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된다는 게 김 이사의 지적이다.

김 이사는 우선 감정인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법원이 개별 하자 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물론, 새로운 하자 항목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 전에 사용되던 자재의 시공 기준과 지금의 시공 기준이 다른 경우도 많은데, 이 같은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시공 실무와 감정 기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준공도면뿐만 아니라 감리 승인을 얻은 자료와 제조회사의 시방서, 시공 제작도면도 감정 기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감정 기준이 표준화되고 실무와 일치된다면 감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사실조회를 줄이게 돼 소송 지연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감리의 책임이 중요해져 시공 품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최고의 하자소송 전문가인 정홍식 화인 대표변호사는 “더 이상 개별 건설사나 협회가 단독으로 하자소송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 협회, 공제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이해관계 기관들이 힘을 모아 공동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설사가 무분별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법리적 정합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함께 고려한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하고,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연구와 입법으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도 절실하다”며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소송 대응 역량을 체계화하고, 하자소송의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무분별한 하자소송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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