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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서초, ‘뉴노멀 실리콘밸리’가 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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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4 06:01:17   폰트크기 변경      
문화와 AI가 만나는 ‘지성벨트의 심장’

예술의전당부터 거리축제ㆍ전용공연장
횡단보도ㆍ무장애길ㆍ상생유통 모델 
공약 80% 이행, 9년째 최고등급
전성수 구청장의 ‘서초 전성시대’



지난 2023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에서 열린 서리풀 페스티벌 ‘지상 최대 스케치북’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사진 : 서초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성동이 산업과 재생으로 도시를 바꾸고, 동대문이 개발과 복지로 속도를 냈다면, 서초는 문화와 기술로 품격을 설계했다. <대한경제>는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서울의 대표 자치구들을 심층 조명하는 기획을 이어가며, 세번째로 서초구를 찾았다. 법조타운과 예술의전당, 고속버스터미널과 반포한강공원을 품은 이 도시는 지금 기술과 예술, 공공성과 감성이 함께 살아 숨쉬는 서울의 미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2023년 서리풀 페스티벌 공연 모습. / 사진 : 서초구 제공


서초구가 추진하는 ‘서초문화벨트’는 단순한 예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반포대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문화 동선은 도시 자체를 공연장으로 꾸미는 시도다. 예술의전당부터 고속버스터미널, 세빛섬까지 이어지는 다섯가지 색 테마 거리에는 △서리풀 악기거리 △서리풀 음악축제거리 △아ㆍ태 사법정의 허브 △서초 책 있는 거리 △고터ㆍ세빛 관광특구가 유기적으로 묶인다.

서리풀 악기거리에는 200여 개 악기 상점과 공방이 들어서 있다. 클래식 악기 전시와 청년 연주자 매칭, 거리공연까지 결합해 ‘도시형 클래식 생태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어지는 서리풀 음악축제 거리는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서리풀페스티벌’의 주무대다. 지상 최대 스케치북, 거리오페라, 디지털 클래식 퍼포먼스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축제장으로 만든다. 올해부터는 전기분전함에도 클래식 이미지가 흘러나온다. 문화는 길 위에서 만들어진다.

서초역 인근 카페 사장들은 매년 축제기간이면 매출이 훌쩍 뛴다고 말한다. 관람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는 도시, 그것이 서초가 그리는 문화행정의 방향이다. 단일 거리 안에 클래식 공연과 도서관, 법조 체험, 글로벌 쇼핑과 수상레저가 공존하는 도시는 서울에서 서초구가 유일하다. ‘내 집 앞 도서관’ 이동식 북카페와 ‘바퀴 달린 콘서트’ 같은 거리공연이 일상에 스며들었고, 760석 규모의 대공연장 ‘서리풀 사운드’도 2028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정책이 일상의 격을 높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나눔장터에 물건을 판매하러 나온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서초구 제공


지난해 서초역 앞에는 12년 만에 횡단보도가 생겼다. 고령자 무단횡단 사고 우려가 많았지만, 8년간 논의만 반복됐던 교대역 앞에도 신호등이 설치됐다. 이 두 곳의 보행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사람들은 걷기 시작했고, 도시의 신호가 바뀌었다. 이런 정밀행정에는 복잡한 협의와 묵묵한 조율이 필요하다. 말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체감은 가장 직접적이다.

서초구가 민선8기 동안 새로 설치한 횡단보도는 총 10곳에 달한다. 차량 중심 도시에서 사람 중심 도시로, 보행자 중심 도시로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서초구가 도시공간을 새로 짜는 방식은 독특하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교통약자, 고령자까지 포괄하는 생활밀착형 혁신이 곳곳에서 실현됐다.

‘대형마트 평일 휴무제’도 대표적인 사례다. 서초는 서울 최초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 소비자, 소상공인, 대형마트 모두가 공존하는 ‘윈-윈-윈 모델’을 제도화했다. 실제로 인근 소상공인 85%가 매출이 동일하거나 늘었다고 응답했고, 다른 자치구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총 8.69㎞에 달하는 우면산 무장애숲길도 서초의 정책 성과 중 하나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도 단절 없이 우면산을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조성되고 있다.

‘서초 전성시대’…구정 철학이 만든 성과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제7기 청년네트워크 & 플러스 발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서초구 제공


이른바 서초구의 ‘전성시대’를 이끈 전성수 구청장은 “말이 아닌 성과”를 내세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공약이행 평가에서 서초구는 9년 연속 최고등급(SA)을 받았다. 민선8기 3년 차인 현재, 8대 분야, 74개 공약 중 약 80%가 이미 이행 완료됐다.

전성수 구청장은 “지방자치 30년, 스스로 뜻을 세우고 힘차게 도약해야 할 ‘이립(而立)’의 나이를 맞아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동시에 “주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가 제때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제 지방정부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익은 민생 현장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정성과 실행으로 서초의 내일을 짓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G3 도약의 실험실, ‘AI 서초’

2586억원 투자, 1000개 기업 유치
KAISTㆍ네이버 등 글로벌 네트워크 집결
특허ㆍ출입국법 등 6개 규제 특례


서리풀 복합개발 조감도. / 사진 : 엠디엠그룹 제공


양재 일대가 달라지고 있다. 클래식 악기상점이 밀집한 거리에서 몇 블록만 더 가면 인공지능 스타트업 입주를 기다리는 오피스가 나온다. 예술의 감성과 기술의 논리가 한 도시 안에서 교차하는 곳. 서울 서초구 양재동은 지금 전국 최초 ‘AI 미래융합혁신특구’로 지정돼 기술과 행정이 만나는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면적만 40만㎡. 오는 2030년까지 2586억원이 투입된다. 단순한 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행정이 공간을 만들고,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콘텐츠를 채우는 산업도시가 형성되고 있다.

목표는 뚜렷하다. ‘2030년까지 AI 기업 1000개, 세계 3대 AI 강국(G3) 진입’. 이를 위해 서초구는 서울시ㆍ중앙정부ㆍ민간과 손잡고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원, 다른 하나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ㆍ인재 인프라다. 우선 ‘서초 AI 스타트업 육성 펀드’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운용된다. 5년간 총 1100억원 규모다. 올해 서초구가 3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정부 모태펀드, 민간자본까지 끌어들여 300억원 이상을 조성한다. 서초 소재 AIㆍICT 기업에 200% 이상 재투자 되도록 설계했다.


양재AI특구 / 사진 : 서초구 제공


공간도 마련됐다. 6월 준공된 강남데이터센터 오피스동은 모든 층이 ‘AI 우수기업센터’로 활용된다. 연말부터 40여 개 기업이 입주해 1000여 명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임대료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술 기반도 다졌다. 고성능 GPU 자원을 무상 제공하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지원사업’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자원 규모도 확대됐다. 작년에는 13개 기업에 최대 1700만원까지 지원했다.

서초구는 특허법, 출입국관리법, 지방재정법 등 6개 분야의 규제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도 정비했다. 행정이 기업 성장의 조력자로 나선 셈이다.

거점 공간도 들어선다. 강남데이터센터 1층에는 ‘특구 운영센터’가 12월 문을 연다. 인근엔 KAIST, 서울대, ETRI가 함께하는 ‘서울 AI 허브’와 사업비 946억원 규모의 국가사업 ‘AI 연구거점’도 이미 둥지를 틀었다. 스탠퍼드대, 네이버, LG전자 등과의 글로벌 협력도 추진 중이다.

서초구는 이로 인해 생산유발 4244억원, 부가가치 2263억원, 신규 고용 1910명 창출을 기대한다.

특구 외곽에는 ‘양재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도 추진 중이다. 용적률 완화, 입주지원, 세제 감면이 적용되며, 인근엔 위례과천선 역사 신설도 예정돼 있다. 주거ㆍ산업ㆍ교통이 연결된 ‘콤팩트 시티’가 완성되는 셈이다.

알고리즘과 사람, 산업과 행정이 함께 움직이는 도시. 서초는 지금 ‘대한민국 지성벨트의 심장’으로 다음 지방자치 30년을 향해 뛰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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