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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갈등 최정점에서 극적 휴전…트럼프 '힘의 논리'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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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4 17:19:06   폰트크기 변경      
美ㆍ이스라엘, 명분과 실리 챙겨…체면 구긴 이란 '지도자 실각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후 백악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 AFP=연합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 수순에 돌입했다.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이 현실화되고 세계 핵심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극적으로 휴전이 타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양국 간 ‘완전’하고 ‘영구적’인 휴전 합의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지금부터 약 6시간 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재 진행 중인 최종 임무를 마무리하고 종료하는 시점부터 전면적이고 완전한 휴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게시 시각이 오후 6시2분쯤임을 반영하면 24일 0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이로부터 24시간 후, 즉 25일 0시(한국시간 오후 1시) 양측의 종전이 공식화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이어 24일 0시에 올린 SNS글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이 발효에 들어갔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위반하지 말라”고 양측 모두를 다그쳤다.

이스라엘과 이란도 트럼프의 발효 선언에 맞춰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이란과 휴전하라는 미국의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하고 이란의 핵 위협 제거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ㆍ탄도미사일 제거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란이 휴전 위반 시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네 번의 마지막 공습을 끝으로 휴전이 발효됐다”며 이에 따라 군이 공습을 멈췄다고 전했다.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합의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날까지 휴전 전격 합의를 예상하는 시선은 미국 안팎에서도 사실상 전무했다. 표면적으로는 대등한 휴전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의 논리’에 이란이 사실상 굴복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지난 21일 기습적으로 감행한 미군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이 중대 분수령이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의 공습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군사 비개입’ 기조를 강조했던 트럼프가 자가당착적 오판을 했다는 여론과 의회 승인 ‘패싱’논란, 글로벌 경기 동반 침체 우려 고조 등 국내외 ‘악화 일로’의 부정적 전망들을 단숨에 뒤집었다는 평이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극적 휴전의 배경에 대해 “이란의 방공 체계는 완전히 파괴됐고, 전통적 미사일 프로그램도 대부분 파괴됐다. 물론 그들의 핵 프로그램도 완전히 제거됐다”며 “따라서 이란은 더는 싸움을 계속하고 싶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군사 작전 감행과 동시에 확전을 막기 위한 압박과 여론전을 동시에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불시의 일격을 당한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출구를 마련해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전날 카타르 알 우데이드 미군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섰지만, 발사한 14발 중 13발이 요격돼 피해는 미미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미사일 발사 전 이란 측으로부터 미리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란이 이제 지역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막전막후 분주한 움직임들도 휴전 후 조명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휴전을 중재했다.

이란 당국과는 밴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위트코프가 직ㆍ간접적으로 연락을 유지했다. 이스라엘의 휴전에 대한 동의를 먼저 구한 후, 카타르 정부 등의 중재로 이란의 휴전 의사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정권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분쟁이 시작된 만큼 국제사회의 규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참까지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미 공습으로 핵개발 시설을 파괴한 것에 더해 이란내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절반 이상을 파괴했다며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공격 가담에 대해 “그에게 우리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했으며 그가 잘 이해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반면 이란은 항복 선언에 가까운 휴전 합의로 ‘시아파 맹주’로서 체면을 크게 구기게 됐다. 게다가 이스라엘에 선제 공격을 당하고도 무기력한 대응으로 ‘군력 차이’가 명백히 드러난 데다, 그마저도 미국ㆍ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분쟁으로 큰 수모를 당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실각설도 부상하고 있다. 하메네이 주변에서 후계자를 찾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휴전 발효 명시 전후까지 양국간 신경전과 군사충돌이 이어졌지만, 양측 모두 합의를 공식화한 만큼 종전 수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란의 핵개발 재개 가능성 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후속 협상 등 경과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여전히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협상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번 휴전엔 IAEA 검증, 핵물질 처리, 핵시설 해체 조건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도 크게 안도하며 반등 모멘텀을 마련했다.

지난주 3000선을 넘어선 코스피는 이날 2.96%(89.16p) 급등한 3103.64로 마감하며 2021년 9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31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도 2.06% 오른 800.93으로 11개월 만에 800선을 회복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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