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간 아이디어로 설계가 먼저
韓은 행정 주도 ‘창의성 제약’
공공기여 공간에 일부 수익 창출
자생가능한 제도 필요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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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는 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도시혁신, 서울과 도쿄의 대화’를 주제로 ‘2025 도시와 공간 포럼’를 개최했다. 사진은 기조강연 이후 진행된 전문가 대담 모습. (왼쪽부터)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아라이 아키쿠니 모리빌딩 집행임원,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윤세한 해안건축 대표.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서울과 도쿄는 도시개발을 진행하는 과정과 방식이 다소 상이하다. 일본의 경우 민간이 설계를 주도하고 행정이 이를 조율하는 구조로, 시간은 걸리지만 유연한 실험과 협의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행정 주도의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이나, 민간의 창의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1일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도시혁신, 서울과 도쿄의 대화’를 주제로 〈대한경제〉가 개최한 ‘2025 도시와 공간 포럼’에서 양국을 대표하는 도시 전략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도시 개발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복잡한 도시문제의 해법은 결국 완성도 있는 단일 건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장소’를 설계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날 대담에는 강병근 총괄건축가, 아라이 아키쿠니 모리빌딩 집행임원,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윤세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등이 자리했다.
과밀화한 도시가 직면한 문제는 고령화, 저출생, 교통혼잡, 원거리 통근 구조 등으로 세계 어디서나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벨로퍼 ‘모리빌딩’은 창립 이래 이 같은 문제에 복합개발로 꾸준히 응답해왔다.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은 “힐스 시리즈는 단순한 고층빌딩 집합이 아니라, 주거ㆍ업무ㆍ문화ㆍ상업ㆍ녹지가 하나의 생활 단위 안에서 공존하는 입체적 커뮤니티를 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하고, 배우고, 쉬고, 만나는 행위가 생활권 내에서 중첩되는 도시야말로 지속가능하다”며 “도시경쟁력도 이 같은 복합성에서 비롯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개발 방향도 이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강병근 총괄건축가는 “서울은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삶의 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고 있다”며 “가슴으로 체감하는 도시 경험, 즉 ‘감성도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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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아키쿠니 모리빌딩 집행임원이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다만 서울과 도쿄가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식은 차이가 분명했다.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은 “도쿄는 민간이 먼저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행정이 이를 인가하는 방식”이라며,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창출해내겠다는 의욕이 개별 사업들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서울은 도시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용도지정 등 제도들이 민간의 실험적 시도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승배 회장은 “국내의 경우 토지주 각각이 소유한 구역이 비교적 작고, 수용이 쉽지 않아 서울 도심에서 2000~3000평 규모의 부지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용도 제한 또한 엄격해 복합공간 기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세한 대표는“미래 도시는 주거가 호텔이 되고, 사무실이 되고, 다시 커뮤니티로 거듭 변화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며 “유연한 평면, 인센티브 기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공간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일은 늘 가장 어려운 숙제다. 고층 빌딩 상층부에 문화시설을 넣거나, 상업공간 대신 광장을 조성하는 선택지는 대개 사업성을 저하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은 “모리빌딩은 비상장사로, 설명 책임이 덜해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비전을 우선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투자자 설득보다는 내부적으로 납득 가능한 방향성을 일관되게 고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공공 공간의 유지보수 또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거론됐다.
윤세한 대표는 “국내는 공공기여 시설을 짓는 데까지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후 운영비용과 주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공공기여 공간에도 일부 수익공간 설계를 허용해 자생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은 “모리빌딩은 ‘타운 매니지먼트’ 조직을 둬 사전 기획 단계부터 안전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디자인적으로도 준수한 설계를 제안한다”며 “공공 공간에서 공연, 전시 등 이벤트를 개최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유지관리 비용으로 환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철저한 숙고와 중장기적 관점 없이 만든 도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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