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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MLCC 목업과 MLCC로 만든 모래시계. 목업(Mock-up)은 제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디자인이나 기능을 검증, 평가, 시연하기 위해 실물 크기 또는 축소ㆍ확대된 형태로 만든 모형. /사진: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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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서버와 AI 서버의 MLCC 채용량 비교. AI 서버의 경우 전력 소비량이 일반 서버의 5~10배 이상으로 더 많은 양의 MLCC 탑재가 요구되지만 GPU 가까이에 부착되야하는 MLCC의 실장 면적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형, 초고용량의 MLCC가 필요하다. /표: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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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이민곤 상무가 제품학습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MLCC는 세라믹과 금속 재료를 함께 열 가마에 굽는데 두 소재의 열점이 달라 매우 정교한 온도 제어 기술이 필수입니다. MLCC는 세라믹 유전체(전기를 저장하는 부분)와 금속 전극(전기를 흐르게 하는 부분)을 아주 얇게 겹겹이 쌓은 다음, 고온에서 구워서 하나의 부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죠. 삼성전기는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가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인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앞세워 AI 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시장 중심으로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IT용 MLCC가 정체된 가운데, AI 서버와 전장 분야가 향후 MLCC 수요를 주도할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삼성전기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서버ㆍ전장 중심의 MLCC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이민곤 상무는 “MLCC는 전자기기의 혈관을 정리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AI 서버와 전장용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초소형ㆍ초고용량ㆍ고온ㆍ고압 환경에 대응하는 고신뢰성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MLCC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은 세라믹 분말(파우더)의 입자 크기인데, 입자가 작을수록 더 얇고 정밀하게 적층할 수 있어 고용량 구현이 가능하다”며 “삼성전기는 경쟁사 대비 한층 미세한 파우더를 만들 수 있는 독자 공법을 확보해 고성능 제품 생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LCC는 미세한 세라믹 파우더(분말)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파우더 입자가 작을수록 더 얇고 균일하게 적층할 수 있어, 같은 부피 안에 더 많은 층을 쌓을 수 있고, 더 높은 전기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즉, 고온 공정에서의 안정성과 초미세 분말 기술이 IT용 MLCC를 만드는 중국업체들과 구별되는 삼성전기 MLCC의 핵심 경쟁력이다.
△MLCC, ‘머리카락보다 얇은 부품’이 AI와 전장의 핵심으로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반도체(AP, CPU, GPU 등)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부품이다. 전자기기 내부의 신호 간섭(노이즈)을 제거해 성능과 안정성도 높인다. 제품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0.2mm 수준부터 손톱 크기의 5.7mm까지 다양하며,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최대 3만개가 들어간다.
고부가 MLCC는 내부에 세라믹 유전체와 금속 전극을 500~1000층 이상 교차 적층하고, 10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로 완성된다. 전기적 특성과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크로 단위의 균일한 적층 기술과 세라믹 조성의 정밀 제어가 필수다.
AI 서버용 MLCC는 전력 소모가 많은 고성능 GPU가 다수 탑재되는 구조상 일반 서버 대비 5~10배 이상 많은 MLCC가 필요하다. 그러나 GPU 근처에 탑재되기 때문에 고온(105℃ 이상)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하고, 제한된 공간에 탑재돼야 해 초소형ㆍ초고용량 제품이 요구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AI 서버 시장이 2024년 1429억 달러에서 2030년 8378억 달러(약 1150조원)로 6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에서 40% 안팎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초소형 세라믹 파우더 기술 등 핵심 소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이 상무는 “AI 서버용 MLCC는 GPU 모듈이 다수 실장된 기판 구조로 고온과 고전압, 높은 휨 강도를 요구한다”며 “삼성전기는 이 같은 가혹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고신뢰성 MLCC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장용 MLCC, 수명 15년 이상 보증…고부가 수요 지속
자율주행차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술 고도화로 전장용 MLCC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장 환경은 -55℃에서 150℃ 이상의 극한 온도는 물론 진동, 습도, 충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AEC-Q200 등 엄격한 품질 규격을 만족해야 한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ㆍ전장용 MLCC를 생산해왔으며,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2024년에는 세계 최고 용량(16V급)의 ADAS용 MLCC와 2000V 고전압 EV용 MLCC, 2025년에는 라이다용 MLCC 세계 최초 개발 등을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 상무는 “전장용은 보증 수명이 15년 이상으로, 고온ㆍ고전압에 견디는 재료와 구조 설계 기술이 핵심”이라며 “자율주행 레벨3 이상에서는 MLCC가 스마트폰 수준으로 밀집해 탑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LCC는 이제 단순 보조 부품을 넘어 AI 서버, 전장,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의 기반 소재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재료인 세라믹도 자체 개발 및 내재화하고 있으며, 부산사업장에서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기의 MLCC 제조는 성형-적층-열처리-연마-도금-측정 등 15개 이상 공정을 거치며, 부피 대비 가장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전체 MLCC 개발 리소스의 약 70%를 AI 서버와 전장 중심으로 집중하고 있으며, IT용 MLCC는 초박형, 경량화 중심의 선택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상무는 “MLCC는 메인 디쉬는 아니지만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고기능성 밑반찬”이라며 “삼성전기는 IT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고신뢰ㆍ고용량ㆍ초소형 기술로 전장과 AI 서버 중심의 고부가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ADAS의 고도화와 보급률 증가로 Lv.2이상 적용 비율이 2025년 44%에서 2030년에는 65%로 늘고, 시장규모도 385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개발, 2022년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 개발했다. 뒤이어,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2000V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MLCC, 2025년에는 라이다용 MLCC 세계 최초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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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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