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남는 열 활용한 집단냉방 사업 주목
AI 활용 디지털 트윈 전략도 제시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집단에너지업계가 그동안 ‘계륵’으로 취급하던 집단냉방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현상으로 여름철 전력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절기 남아도는 열에너지를 냉방에 활용해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한국자원경제학회(학회장 조홍종)와 한국집단에너지협회(회장 유재영)는 6일 글래도 여의도에서 ‘집단에너지 미래발전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린에너지 전환(GX) 및 인공지능 전환(AX) 방향을 논의했다.
최근 정부가 열요금 산정 기준을 개정함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향후 열요금을 기준요금(한국지역난방공사 요금) 대비 2∼5% 인하해야 한다.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집단에너지업계가 미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정재동 세종대 교수는 “기후변화 및 도시화로 냉방수요는 급증하고, 난방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이제 집단에너지업계도 여름철 냉방 에너지 판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보통 냉방 하면 전기를 활용한 에어컨을 생각하지만, 흡수ㆍ흡착ㆍ제습식 기술을 활용한 집단냉방도 가능하다. 고온다습한 지역이나 사막 주변에선 이미 집단냉방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냉방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냉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2016년 전 세계 국가 총 전력수요의 10% 정도였지만, 2050년에는 16%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 교수는 “집단에너지 공급시설이나 산업 폐열 등 60∼80℃의 저온열원을 활용해 열구동 냉방기를 돌릴 수 있다”며 “집단에너지 업계도 난방 위주의 관심을 점차 냉방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세대 집단냉난방 사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재 3세대 집단에너지는 80∼120℃ 고온열을 기반으로 하지만, 4세대는 60℃ 내외의 저온열이 중심이 된다. 이는 신재생ㆍ미활용열 등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열원을 적극 활용하는 개념이다. 앞서 언급된 집단냉방 또한 저온 열원을 활용한 4세대 사업으로 분류된다.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글로벌 집단에너지의 40%는 4세대 네트워크로 분류되는데, 국내에선 이 비중이 0%에 수렴한다”며, “저온열을 활용하면 재생열, 미활용열을 이용할 수 있고, 열 저장장치 등을 통해 전력ㆍ에너지 시스템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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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열 GS파워 상무가 집단에너지 AX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신보훈 기자 |
집단에너지 사업에 접목이 쉽지 않았던 인공지능(AI) 기술의 현장 적용 방안도 논의됐다. 윤창열 GS파워 상무는 “안양과 부천에만 1100㎞에 달하는 열수송관이 깔려 있는데, AI 및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면 그 안의 유량ㆍ압력ㆍ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수송관 모니터링 및 관리가 이뤄지면 통상 30년 정도인 수명도 50ㆍ60년으로 연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자원경제학회 조홍종 학회장은 “전 세계는 AI붐과 함께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그 과정에 난관도 많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기술이 개발 중”이라며, “에너지 최종 소비 분야에 열에너지가 50%를 차지하고, 이 중 10%가 집단에너지다. 과학적 논증과 토론에 기반해 열에너지 사업에 AI를 어떻게 접목ㆍ고도화해 나갈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열에너지를 제외한 채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만 이야기하면 탄소중립은 먼 이야기가 된다”며 “열에너지의 탄소중립 중요성을 국회와 산업부에 더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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