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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관람객이 격투 게임 ‘철권 7’ 승부를 벌이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오마이갓~~ 나이스~!”
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관람객이 즉석에서 벌인 격투 게임 ‘철권 7’ 한판승부. 결과는 한국 승이었지만 게임이 끝난 뒤 두 사람은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게임을 매개로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게임문화축제의 슬로건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게임문화축제’는 K-콘텐츠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오전에만 144명이 방문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통유리 창문 안으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 영상이 재생되자 대여섯 명의 외국인 무리가 신난 발걸음을 재촉했다.
20대 캐나다인 관광객 캠과 제시카는 “케이팝데몬헌터스를 보고 한국에 왔다”며 “캐나다에서 게임은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야외 무대에서 게임 배경음악(OST) 공연이 열렸을 때는 방문객이 8000명에 달했다.
게임문화축제는 2021년 게임의 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해 시작됐다. 첫 해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개최지 부산에서 진행했고, 이듬해부터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렸다. 올해는 접근성이 좋은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누적 방문객 190만명을 기록한 하이커 그라운드의 대형 미디어월과 케이팝 라운지를 활용해 K-게임 문화를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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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2025 게임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축제 핵심인 ‘커넥트 그라운드’는 국내외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IP) 전시·체험 공간으로 게임 세계관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은 중앙 모닥불과 통나무 의자로 캠핑장 컨셉을 연출했고, 크래프톤 ‘인조이’는 신규 확장팩 ‘차하야’의 휴양지 분위기를 재현했다.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는 우주선 내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을 선보였다.
외국인 관광객 다수는 “게임문화축제를 미리 알고 온 건 아니지만 우연히 들렀는데 준비가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자국에서 게임이 ‘문화’로 여겨지고 있으며,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음주 빈도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엇갈린 반응은 한국에서 게임이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험난한 길이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초등학생 자녀 두명과 함께 온 40대 정씨는 “아이들 학교가 공사 중이라 할 게 없는 와중에 인스타에서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게임이 문화라고 주장한다면 굳이 반박하진 않겠지만 내 자녀들에게 게임을 굳이 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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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 농구 게임과 격투 게임 등을 즐기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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