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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가져간 경비원… 항소심 재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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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2 16:03:43   폰트크기 변경      

사무실 내 1050원 물품 절도 혐의

법조계도 갑론을박… 내달 증인신문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물류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경비원 A씨의 항소심 재판이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고작 초코파이 하나 훔쳐먹었다고 기소해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다.

법조계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 어떤 증언이 나오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주지방법원 청사/ 사진: 전주지법 제공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오전 4시쯤 전북 완주의 B사 사무실 냉장고 안에 있던 초코파이 1개(시가 450원)와 카스타드 1개(600원) 등 모두 1050원 상당의 물품을 몰래 가지고 가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의 약식기소에 이어 법원도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유죄를 받으면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A씨는 “탁송기사들로부터 평소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듣고 초코파이 등을 가져간 것”이라며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약식명령과 마찬가지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B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직접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탁송기사들이 B사 직원이 아니고, 탁송기사들에게 B사 사무실 안에 있는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에게 동종 전력(같은 종류의 범죄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점과 피해자인 B사 소장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판은 2심으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전주지법 형사항소2부 심리로 열린 2심 첫 재판에서 재판장인 김도형 부장판사는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1심 판결이 나왔으니 항소심에서도 절도 혐의가 성립되는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파트너스)는 “검사가 당사자를 불러 진상을 파악하고 기소유예로 종결하면 됐을 사안”이라며 “검사가 기소해야 되는지 당연히 고민을 했겠지만, 전적으로 검찰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강력하게 피의자 처벌을 원했고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소를 유예하는 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번 재판과 관련해 상식선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며 “재판이 항소심까지 왔기 때문에 공소 취소는 어렵고 결심 단계에서 (재판부에) 의견을 구할 때 적절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30일 열리는 두 번째 재판에서는 A씨 측이 신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A씨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왔다. 


B사 소장은 “탁송기사들도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탁송기사들이 대기할 때 B사 직원들이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 탁송기사들에게 제공하고 있거나, B사 직원들로부터 허락을 받고 냉장고의 간식을 꺼내간다”고 진술했다.

A씨와 함께 일하는 다른 경비원도 “B사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은 있으나, 이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공간에 위치한 간식을 먹은 것”이라며 사무실 안에 냉장고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가져다 먹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C부장판사는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어도 된다’는 취지의 증언 등을 통해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결론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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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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