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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유료도료 무료화 확산](4)노후도로 개선費 급증...日 무상화 정책 실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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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6 05:00:13   폰트크기 변경      
2050년부터 통행요금 무상 약속...치솟는 보수비용 부담, 시기 연장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도로 인프라 강국인 일본은 한 때 고속도로 통행료 무상화를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스스로 뒤집었다. 지난 2005년 일본 정부는 도로공단을 민영화하면서 고속도로를 2050년부터 무료화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걷는 도로요금으로 고속도로 건설 채무 40조엔(약 387조원)을 갚는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고속도로 노후화로 보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틀어졌다.

1960~1980년대 대규모로 건설된 일본고속도로는 이제 개통 30년을 훌쩍 넘긴 구간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2012년에는 야마나시현 주오고속도로의 사사고터널 일부가 무너져 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사고터널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2014년 법을 개정해 요금징수 기간을 2065년까지로 15년 연장했다. 이후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구간이 급증하자 지난 2023년에는 국회를 통해 도로정비특별조치법을 개정하며 결국 2115년까지 50년 더 무료화를 미루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은 거셌다. 시민들은 “세금으로 지은 도로를 평생 돈 내고 달려야 한다니 이중 부담”이라며 반발했고, 일부 정치권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깨뜨린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유지관리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앞세워 논란을 무릅쓰고 유료화 연장을 강행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40년 이후 매년 1조6000억엔이 넘는 유지·보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일본보다 늦게 도로 인프라를 건설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역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2025년도 도로교량 및 터널현황 조서’에 따르면, 준공 후 20년이 넘은 터널은 전체 터널(3924개) 가운데 29%(1138개)에 달한다. 앞으로 10년 내로 지은 지 30년이 넘는 터널이 속출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도로를 비롯한 유지관리 비용은 매년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부의 기반시설 관리 종합투자계획 수립 연구(2022년)에 따르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기반시설 유지관리비용은 지난 2021년 9조원에서 오는 2050년 32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무상화 약속을 번복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측면도 있지만, 재정 부족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지역 주민 여론을 의식한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노후 도로의 유지관리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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