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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지난주 유엔총회 뉴욕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외교 현안 ‘결실 맺기’를 위한 후속 행보에 매진할 전망이다.
특히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국제 무역질서, 한미일 공조와 한중 관계 향방, 북미 대화 등 중차대한 현안들이 모두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로서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외교 사안으로 떠오른 한미 관세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시간에 쫓겨 협상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APEC 기간마저 넘어갈 경우 교착 장기화는 물론 동맹 균열 우려까지 커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은 핵심쟁점인 3500억 달러(493조5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의 자금 조달방식 등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은 펀드 조성금은 ‘선불’이며 전액 ‘현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상가상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투자금을 5000억 달러(705조원)까지 올려야 한다며 한층 더 강한 요구안까지 내놓았다.
반면 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심각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며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이에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대안으로 내걸었지만, 미국 측은 확답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조지아주 집단 구금사태 등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정부는 물론 국민 여론 또한 과거 통상ㆍ안보 협상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대미 ‘강경론’에 힘이 실리는 조짐도 감지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언론 인터뷰체서 “3500억 달러를 우리가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현금 출자 불가는) 대한민국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누구라도 할 수 없어서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실무진 선에서 끝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APEC 계기 성사 가능성이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론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북한 핵문제 등 까다로운 협상에서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던 트럼프의 성향과, 역시 ‘협상가’로서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이 관세 등 통상 문제와 안보 현안 등을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 ‘담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워싱턴 첫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과 화법으로 파국 우려까지 나왔던 양국 관계를 우호적 분위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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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인터뷰가 실린 미국 '타임'지 표지 |
APEC 무대가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주창한 대북 정책 구상 ‘E.N.D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표면적으로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교가 등에선 북미 정상의 ‘깜짝 재회’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적잖이 표출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미국 측과 만남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내놓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던 트럼프 측이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 관련 발언을 일절 내놓지 않는 등 오히려 시큰둥한 모습이다. 핵심 쟁점인 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철회’ 등 북한 측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싸움이란 견해도 나온다.
APEC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이 유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당장 이달 30일 한국 부산을 찾아 ‘고별 외교’ 무대에 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과 대면도 관심사다.
‘포스트 이시바’ 체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정상간 합의 제도화와 이 대통령의 ‘탈(脫) 안미경중’ 선언 이후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향방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요소로 지목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정부 출범 후 일본,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일 정상은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더욱 공고히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ㆍ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양국 공동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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