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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이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의 모형에 기대어 앞으로 변화할 국토공간의 미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안윤수기자ays77@ |
[대한경제=김민수 기자]전 세계가 차세대 고속철도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세계 철도 기술 경쟁의 한복판에서 운영 속도 400㎞/h대 고속철도 상용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고속철도를 증속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현실화되면 서울∼부산 운행 시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국토 압축’ 효과와 함께, 통일 이후 유라시아 대륙철도와의 연결, 동남아ㆍ중동을 겨냥한 글로벌 수출까지 아우르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최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운영 속도 400㎞/h급 고속철도를 개발했고, 최고 속도 450㎞/h 기술까지 확보했다”며 “우리 역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운영속도 400㎞/h 고속철도 기술 고도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고속철도의 상용속도는 300㎞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개발된 해무(HEMU)가 시험주행으로 421㎞/h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여줬지만, 실제 운영 속도는 370㎞/h 수준이다.
철도연은 차량설계기준을 보완해 고속철도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연구개발(R&D)을 추진해왔다. 또한 2028년 개통될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구간은 400㎞/h급 선로로 시공되고 있어, 2030년쯤 차세대 고속철도 차량이 납품돼 이동 속도의 향상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속도 향상은 단순한 교통편의 차원을 넘어 국토공간 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사공 원장은 “서울까지 1시간 내 접근 가능한 인구가 현재 전국의 약 39%인데, 시속 400㎞/h 고속철도가 운행되면 5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수도권 집중 완화, 지방 거점 도시 중심의 광역권 형성, 지역 소멸 대응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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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는 여전히 많다. 고속 주행은 공기저항과 에너지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사공 원장은 “차체 경량화, 하부 공기저항 최소화, 대차 소형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며 “출력을 높임과 동시에 공기저항을 줄이고 에너지 비용까지 줄이는 방향으로 현재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연은 지난달 내부 기관전략개발단(ISD)을 통해 고효율ㆍ대용량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기술 개발 참여기관을 공모하며, 경량ㆍ소형 대차 등 핵심 부품, 경량 차체, 주행 저항 저감,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고회전 견인 전동기, 최적 경제운전 등 400㎞/h급 고속철도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통일 이후 한반도 철도망이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연결된다면 전략적 가치는 배가된다. 북한 역시 남한과 같은 표준궤를 사용하고 있어 기술적 장애는 크지 않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가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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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이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 모형 앞에서 철도연의 기술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안윤수기자ays77@ |
철도연은 미래 교통수단인 ‘하이퍼튜브’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튜브 안에서 차량이 부상ㆍ주행하는 방식으로, 1200㎞/h까지 달릴 수 있는 꿈의 열차다. 앞서 하이퍼튜브 축소모형 시험으로 아진공 상태에서 1019㎞/h 주행에 성공한 상태다. 내년에는 오송에 마련한 시험선로에서 실물 크기 시험차량 제작과 튜브 인프라 구축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사공 원장은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이퍼튜브는 국토 구조와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게임체인저”라며 “400㎞/h 고속철도는 종착지가 아니라 하이퍼튜브로 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철도연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철도 시스템에 접목하는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사공 원장은 “AI를 활용한 ‘레일GPT’를 개발해 챗GPT보다 보안성이 높으면서도 철도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이와 함께 고령화 시대에 철도 건설 및 운영, 유지보수에 특화된 로봇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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