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종합병원에서 수련계약을 맺고 일한 전공의(레지던트)도 주 4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ㆍ야간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공의 수련’이라는 명목에 따라 관행적으로 맺은 주 80시간의 포괄임금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다.
![]() |
|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 등 3명이 서울아산병원 운영자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2014년 3월∼2017년 10월 아산병원에서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일한 A씨 등은 주 40시간 이상 연장ㆍ야간근로를 했는데도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A씨 등이 병원과 맺은 레지던트 수련계약에는 “주당 소정 수련시간은 8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교육적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8시간의 범위 내에서 추가 실시 가능”, “레지던트의 야간당직 수련은 주 3회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수련 계약을 맺은 레지던트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A씨 등이 병원과 맺은 계약이 법정수당까지 포괄해 급여를 지급하는 포괄임금약정에 해당하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병원 측은 “A씨 등이 훈련생 지위에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설령 근로자라 할지라도 포괄임금제에 해당해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ㆍ2심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등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에 따른 포괄임금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다만 추가 수당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에 대해선 1ㆍ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규정한 계약서에 따라 월 348시간(주 80시간을 365일 기준으로 계산한 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고 보고 추가 수당을 각각 117만~191만원으로 산정했다.
반면 2심은 초과근무 기준을 주 80시간이 아닌 주 40시간으로 보고 추가 수당을 각각 1억6900만~1억7800만원으로 대폭 늘렸다. 근로기준법이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주 80시간’ 근로 약정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병원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해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떤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