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제산세와 별도 시행
文 땐 다주택 누진세율 중과
尹 땐 공시가율 원상회복 초점
정권 성향에 부동산시장 ‘대혼란’
李 정부 고위급, 보유세 강화 거론
전문가들, 풍선효과 악순환 우려
“종부세, 재산세에 통합ㆍ폐지해야”
이르면 내달 연구용역 발주 ‘촉각’
[대한경제=황은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한 것과 달리,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시사해 논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조세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주택시장 과열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보유세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윤창렬 국무조정실장도 앞서 28일 보유세 강화 여부 질문에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가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부동산 세제 합리화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지만 큰 방향이 예고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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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대한경제. |
그동안 정권에 따라 강온을 오간 부동산 세제의 중심은 국세 성격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지방세인 재산세와 별도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를 비롯한 진보 성향 정부는 이후 집값 급등 차단ㆍ누진세율 적용을 통한 조세부담 형평성 개선ㆍ종부세수의 지방자치단체 교부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워 종부세를 강화했고 보수 성향 정부에서는 그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종부세 도입 당시부터 재산세와 이중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후 정권이 관련 세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신호까지 납세자들에게 전달되며 조세저항의 여지가 커진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를 합리적, 효율적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시에 집값을 낮추는 등의 목적으로 조정했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명분으로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올렸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도 95%까지 인상했다.
문 정부는 또 부동산의 실제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인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율) 개념을 제시, 이 비율을 2035년까지(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90%로 올려 간접적인 세 부담을 강화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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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대한경제. |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의 종부세 강화 조치를 상당 부분 되돌렸다. 윤 정부는 공정비율을 60%로 하향 조정했고,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는 가운데 기존 80%에서 2020년 수준인 60%로 공시가율을 동결했다. 또 과세표준 12억원까지는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도 일반 세율을 적용했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의식한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종부세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일 경우, 시행령으로 고칠 수 있는 공정비율과 공시가율 등부터 손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유세 강화 조치를 통해 정부가 집값을 안정화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종부세 자체도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세 부담을 키운 문재인 정부 때 매매보다는 증여가 늘어났던 점, 은퇴한 고령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유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며 “종부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춰 보유세를 책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집값 상승 억제의 목적으로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올린다면 문 정부 시기처럼 이른바 하위 시장으로 수요가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거둬들이고, 이것을 지역 기반시설 마련에 활용하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불만이 크지 않다”고 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정권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참여정부 56.6%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10.4% △문재인 정부 62.2% △윤석열 정부 –4.9%로, 보유세를 강화했던 진보 성향 정부에서 오히려 상승폭이 컸던 바 있다.
황은우 기자 t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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