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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골프장 단번에 회생...“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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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09 17:07:43   폰트크기 변경      
시흥 아세코밸리CC 김도훈 사장의 골프경영 성공 비법과 노하우


경기도 시흥에 있는 골프장 아세코밸리CC의 김도훈 사장은 어려서부터 정말 끼가 넘치는 소년이었다. 노래와 운동, 연기에 남달리 뛰어난 기질 때문에 항상 또래 친구들 사이에도 리더십이 남달랐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엔터테이너가 될까 고민했지만 왠지 금융계가 땡겼다. 현장을 발로 뛰며 금융시장을 훼집고 다녔다. M&A시장의 전문가 자리까지 승승장구하며 국내외 금융 트렌드와 메카이즘을 몸소 체득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골프시장에도 눈이 갔다. 2017년 때마침 아세코밸리 CC가 골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자금이 없어 사실상 고사판정을 받은 골프장이었다. 자금이 넉넉한 사업가를 설득시켜 인수한 후에 대대적으로 리모데링을 했다. 시흥 인근의 어엿한 골프장이 그의 손과 아이디어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골프장과 연습장 뿐만아니라 웨딩하우스와 연회장을 기획하며 골프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김도훈 아세코밸러리cc 사장이   골프장 인수 과정과  경영 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메머드급 골프 사업 및 엔터테인먼트 기획과 문화 나눔을 다부지게 실천해 온 김 사장을 지난 8일 아세코밸리C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얼굴에서 풍기는 영험한 공기는 영락없는 아티스트의 모습지만 지극히 나지막하게 조용한 거동에서 가슴에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음을 짐작게 했다.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불현듯 찬불가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불교신자들이 자주 부른 ‘비원’이 영상처럼 흘렀다.

그의 지난 삶이 그랬다. ‘가슴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여미옵고/ 다소곳이 두-손-모아 비-원 아뢰오니/이 번뇌 고이 엮어 종소리로 사루고져/ 이 번뇌 고이 엮어 종소리로 사루고져(중략)’ 어쩌면 불심이 두터운 모친이 병약했던 어린 아들인 그를 이끌고 이산 저산 공양을 드렸던 절박한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론을 실천하며 마치 찬불을 하듯 살아온 그는 ”진정한 골프는 창조적인 골퍼들의 견딜 수 없는 노력에 의해 오롯이 탄생하지만 위대한 골프는 결국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며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게 제 삶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위담한방병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아세코 아마추어챔피언십.  사진=아세코밸러리cc제공


지금도 비바람이 치거나 폭설이 내리면 선후배 연예인이나 사회적 인사들과 라운딩을 즐긴다. 바람이 불 때의 라운딩도 좋고, 서설이 내리는 초겨울 라운딩도 마다 않는다. 금융과 골프를 일구면서 살아온 부침의 세월도 그랬다. 사업이 잘 안풀리고, 시장이 힘들 땐 머릿속에 골프를 품고 파도처럼 견뎠다. 

어느 날 골프장을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 사회적 공유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는 아이템들이 렌즈에 이슬 맺히듯 그에게 다가왔다. 골프와 생활은 더 이상 둘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골프 경영은 5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 인생의 조미료 같은 구실을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고사 위기의 골프장을 반듯한 종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유가 궁금했다.  골프업계의 엄연한 알짜회사로 자림매김한 데는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라는 답이 올아왔다.
“2017년 1월 7일 골프장을 인수 할 때만 한해 매출이 고작 35억원에 순손실 규모는 50억원에 달했습니다. 차입금 등 부채는 무려 500억원 상당 수준이었고요. 회생시킬 방법이 참 막막했어요.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거든요. 그나 마 그동안 몸소 체득한 금융 노하우가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요.”

김 사장은 골프장을 살리는데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때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골프장에 갇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홀마다 특색을 주는 디자인, 특화된 조경, 투명한 경영관리를 끊임없이 실천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인수한 그는 먼저 대대적인 골프장 리모델링과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비록 외로운 사업이지만 우선 연습장 회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였다. 주변에 가깝게 지낸 배우와 가수, 코미디언 등 유명인들의 도움을 받아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단번에 화원이 185명으로 늘었다. “회원 수가 늘어나자 결국 경영에 탄력을 받더군요. 지난해 매출 85억원, 순이익 14억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차입금은 380억원으로 줄어 자본잠식 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겁니다. 골프 연습장 회원도 812명으로 늘어나 외형과 수익성, 자산 건전성 등 모든 면에 도움이 됐구요.”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작년과 올해 골프 전문잡지 ‘골프저널’로부터 베스트골프장으로 선정되며 수도권 골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역 주민과 골퍼들이 아세코밸리CC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당분간 골프 사업가의 길을 계속 갈 겁니다.”

 그가 골프장을  9년째 운영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지역주민를 위한 생활 스포츠 문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골프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고민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골프장의 선진화를 보여주면서 주민들에게 새로운 자존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적 힐링을 제공해 스스로 미래 비전을 찾아가도록 안내해 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세코밸리CC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2021년부터 위담한방병원과 공동으로 아세코 아마추어챔피언십을 개최해 왔다. 아마추어골퍼를 대상으로 70타, 80타, 90타, 100타 타수별로 나눠서 축제형식의 행사로 매년 6월, 10월에 열린다. 아세코밸리CC는 그동안 골프대회 시상식을 마친 후에 2부 선셋콘서트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왔다. 올해 공연에는 복화술 성악팀 벤컬스, 가수 최인혁, 뮤지컬스타 김태린, 가수 박학기, 유리상자 박승화, 녹색지대 곽창선, 진시몬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역 주민들은 가수들의 열창에 호흥하며 모처럼 빗속의 낭만을 만끽했다. 입장수익 전액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내년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도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세코밸리CC는 아세코 아마추어챔피언십골프대회 시상식을 마친 후에 2부 선셋콘서트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왔다.   사진= 아세코밸리 CC제공


“금융 현장에서 20여 년간 맺어온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인연 덕분입니다. 단지 시기적으로 필요로 하는 행사의 성격에 맞춰 의뢰자와 수요자 간의 상호 만족도와 부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방안을 먼저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금융과 골프시장 전문가답게 최근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마치 바둑을 계가하듯 술술 풀어냈다. 인류의 역사에서 스포츠와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을 강조한 그는 입을 열었다.

“스포츠가 융성한 시기는 늘 경제적 번영기와 일치하며 수많은 기록들은 번영의 자양분을 먹고 탄생합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요. 지구촌 골프 시장의 전반적인 호황에도 국내 시장은 다소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골프는 시장 메커니즘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경제학적 접근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스포츠는 인간이나 사회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 현상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호황 때는 골프 자체가 주요 테마로 다뤄지는 게 그 증거죠. 반면에 불경기에는 핵심적인 것보다 연습장 같은 주변부의 것들이 더 큰 영향을 받아요.“

그는 골프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 둔 ‘현장 지식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골프시장이 탄탄해지려면 되려면 소득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주제에 가장 먼저 방점을 찍었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겨우 넘었으니 활성화 단계 초입이죠. 골프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호의적이지 않고요. 설상가상으로 미디어에도 골프와 관련한 긍정적인 사례만 비춰져 사람들이 골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골프 시장 규모는 약 22조원 달합니다. 골프 의류와 연습장, 스크린 시장만도 11조원을 넘어섰구요.“

그는 골프시장 선진화를 위해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우선 스타급 골퍼를 키워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스타 골퍼를 육성하려면 먼저 견고한 시장이 형성돼야 합니다. 일정 수준에 오르도록 정부가 발벗고 나서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골퍼를 지원하고 시장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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