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에 있는 골프장 아세코밸리CC의 김도훈 사장은 어려서부터 정말 끼가 넘치는 소년이었다. 노래와 운동, 연기에 남달리 뛰어난 기질 때문에 항상 또래 친구들 사이에도 리더십이 남달랐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엔터테이너가 될까 고민했지만 왠지 금융계가 땡겼다. 현장을 발로 뛰며 금융시장을 훼집고 다녔다. 기업금융의 전문가 자리까지 승승장구하며 국내외 금융 트렌드와 메커니즘을 몸소 체득했다.
2017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아세코밸리 C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경기도 시흥으로서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이지만 인근 동네에서도 골프장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만성적자 골프장이 그의 손과 아이디어에서 재탄생되었다. 최근에는 골프장과 연습장 뿐만아니라 웨딩하우스와 연회장을 기획하며 골프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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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훈 아세코밸리cc 사장이 골프장 인수 과정과 경영 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
메머드급 골프 경영 및 엔터테인먼트 기획과 문화 나눔을 다부지게 실천해 온 김 사장을 지난 8일 아세코밸리C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얼굴에서 풍기는 영험한 공기는 영락없는 아티스트의 모습지만 지극히 나지막하게 조용한 거동에서 가슴에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음을 짐작게 했다.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불현듯 찬불가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불교신자들이 자주 부른 ‘비원’이 영상처럼 흘렀다.
그의 지난 삶이 그랬다. ‘가슴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여미옵고/ 다소곳이 두-손-모아 비-원 아뢰오니/이 번뇌 고이 엮어 종소리로 사루고져/ 이 번뇌 고이 엮어 종소리로 사루고져(중략)’ 어쩌면 불심이 두터운 모친이 병약했던 어린 아들인 그를 이끌고 이산 저산 공양을 드렸던 절박한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스포츠의 사회적 역할론을 실천하며 마치 찬불을 하듯 살아온 그는 ”진정한 골프는 창조적인 골퍼들의 견딜 수 없는 노력에 의해 오롯이 탄생하지만 위대한 골프는 결국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며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게 제 삶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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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코밸리CC는 아세코 아마추어챔피언십골프대회 시상식을 마친 후에 2부 선셋콘서트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왔다. 사진= 아세코밸리 CC제공 |
지금도 비바람이 치거나 폭설이 내리면 금융업계에서 인연을 맺어온 사회적 인사와 인근 지역 유지, 그리고 선후배 연예인이들과 사회적 교류를 즐긴다. 일을 위해 골프를 할 경우에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바람이 불 때의 라운딩도 좋고, 서설이 내리는 초겨울 라운딩도 마다 않는다. 금융과 골프를 일구면서 살아온 부침의 세월도 그랬다. 사업이 잘 안풀리고, 시장이 힘들 땐 머릿속에 골프를 품고 파도처럼 견뎠다.
어느 날 골프장을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 사회적 공유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는 아이템들이 렌즈에 이슬 맺히듯 그에게 다가왔다. 골프와 생활은 더 이상 둘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골프 경영은 5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 인생의 조미료 같은 구실을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고사 위기의 골프장을 반듯한 종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유가 궁금했다. 골프업계의 엄연한 알짜회사로 자림매김한 데는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라는 답이 올아왔다.
“2017년 1월 7일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만 한해 매출이 고작 35억원에 순손실 규모는 50억원에 달했습니다. 차입금 등 부채는 무려 500억원 상당 수준이었고요. 회생시킬 방법이 참 막막했어요.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거든요. 그나 마 그동안 몸소 체득한 금융 노하우가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요.”
김 사장은 골프장을 살리는데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때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골프장에 갇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홀마다 특색을 주는 디자인, 특화된 조경, 투명한 경영관리를 끊임없이 실천했기 때문이다.
대표 취임한 그는 먼저 대대적인 골프장 리모델링과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비록 외로운 사업이지만 우선 연습장 회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였다.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골프체험아카데미를 몸소 만들고 참여하는 등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단번에 화원이 185명으로 늘었다. “회원 수가 늘어나자 결국 경영에 탄력을 받더군요. 지난해 매출 85억원, 순이익 14억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차입금은 380억원으로 줄어 자본잠식 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겁니다. 골프 연습장 회원도 812명으로 늘어나 외형과 수익성, 자산 건전성 등 모든 면에 도움이 됐구요.”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작년과 올해 골프 전문잡지 ‘골프저널’로부터 베스트골프장으로 선정되며 수도권 골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역 주민과 골퍼들이 아세코밸리CC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골프 경영인의 길을 계속 갈 겁니다.”
그가 골프장 대표를 9년째 맡으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지역주민를 위한 생활 스포츠 문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골프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고민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골프장의 선진화를 보여주면서 주민들에게 새로운 자존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적 힐링을 제공해 스스로 미래 비전을 찾아가도록 안내해 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세코밸리CC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9홀 퍼블릭 골프장임에도 불구, 매년 신생 중소기업들과 공동으로 아세코 아마추어챔피언십을 개최해 왔다. 아마추어골퍼를 대상으로 70타, 80타, 90타, 100타 타수별로 나눠서 축제형식의 행사로 매년 6월, 10월에 열린다. 아세코밸리CC는 그동안 골프대회 시상식을 마친 후에 2부 선셋콘서트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왔다. 올해 공연에는 복화술 성악팀 벤컬스, 가수 최인혁, 뮤지컬스타 김태린, 가수 박학기, 유리상자 박승화, 녹색지대 곽창선, 진시몬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역 주민들은 가수들의 열창에 호흥하며 모처럼 빗속의 낭만을 만끽했다. 입장수익 전액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내년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도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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