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5000억 투입 국책사업…원자력계서도 이견 노출
“실제 핵연료 저장하는 방폐장 지을 수 있겠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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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 URL 조감도./ 원자력환경공단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분기술을 연구하는 태백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사업이 착공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원자력학계가 부지 선정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리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학회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URL 건설 부지로 선정된 태백 지역의 지반 안정성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URL은 지하 500m 깊이 터널을 굴착한 뒤 다양한 암반 조건에서 폐기물 처분기술을 시험하는 연구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반입되진 않지만, 고준위방폐장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에서 건설ㆍ운영된다. URL 구축에는 균질한 암반 조건이 필수적이다. 63빌딩(249m) 2개 깊이의 무산소층에 조성돼 시설 부식을 최소화하고, 지진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10만 년 이상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백 부지는 암석 구성이 균질하지 않아 실증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회 특위의 주장이다. 특위 관계자는 “방폐장 안전성 평가는 방사성 폐기물이 누출될 경우 지표면 생태계까지 도달하는 경로와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인데, 태백은 중간에 사암ㆍ이암 등 퇴적암층이 있어서 이에 적합하지 않다”며 “정부 예산이 5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고, 고준위방폐장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시설인 만큼 공모 절차를 다시 거쳐 적합한 부지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질 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거쳤으며, 다양한 암반 조건에서 기술을 실증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URL는 고준위방폐장 건설의 첫단추로 평가되는 사업이다. 연구시설에선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을 활용해 실험하는데, 이를 통해 확인된 안전성과 지역경제 효과 등이 고준위방폐장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준위방폐장은 부지 선정이 핵심이다. 정부는 1986년부터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했으나, 수용성 부족으로 9차례나 실패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3월 고준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2038년까지 부지를 확정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URL 부지에 대해서도 시작부터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방폐장 부지에 대한 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원전업계 관계자는 “URL은 고준위방폐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프로젝트임에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전업계 내부의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실제 방폐장 부지 선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 될 거다. 방폐장의 안전성 등을 설명할 때 주민들이 어떻게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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