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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인사자료 유출사태’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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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11 13:35:24   폰트크기 변경      

사업지원실 출범 직후 ‘보이지 않는 손’ 논란…“계열사 관여 아냐” 해명


사진:연합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업무를 지원하는 사업지원실이 상설조직으로 격상됐지만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인사자료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룹 차원의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져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내 인사자료가 전 직원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그룹 차원의 인사지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점이 파장을 키웠다.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바 인사팀에 리텐션 보너스 지급 기준, 고과 비율, 인건비 절감 지침 등을 전달했다”며 “계열사의 인사·노사관리에 관여한 것은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승격 관련 사항은 그룹 보고 대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됐다. 그룹 차원의 인사관리 체계가 운영 중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삼성 측은 “내부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이며 개인정보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통제라인이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해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논란이 확산된 다음 날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며 조직을 상설화했다. 초대 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임명됐고, 정현호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재용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이동했다.

새 사업지원실은 전략팀(팀장 최윤호 사장), 경영진단팀(팀장 주창훈 부사장), 피플팀(팀장 문희동 부사장) 등 3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TF라는 임시기구에서 벗어나 정식 ‘실’ 체계로 상설화된 것이다.

박학규 실장은 삼성 내 대표적 전략·재무통으로 과거 미전실 경영진단팀장과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쳤다. 재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실무형 리더인 그의 승격은 이재용 체제의 경영 효율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사업지원실은 그룹 간 협업을 지원하는 조직일 뿐 계열사 경영을 직접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삼성그룹은 지주사인 ㈜삼성이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구조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 있으며 공식적인 그룹 본사는 없다. 이 때문에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은 삼성전자 내부 조직이 사실상 수행해왔다.

사업지원실의 상설화는 노사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임금·단체협약 교섭 지연과 성과급 산정 문제의 배후로 사업지원TF를 지목해왔다. 조직이 ‘실’로 격상되면서 협상 주체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다.

노조는 “사업지원실이 인사와 평가를 통제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현장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경영진은 “인사 기준의 일원화와 인건비 효율화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이재용 회장은 미전실 해체 이후 “과거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의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권한의 투명성과 책임의 분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여러 차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지원실이 진정한 의미의 지원조직으로 자리잡을 지, 아니면 또 한 번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회귀할 지는 향후 행보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이날 업무방해, 특수건조물 침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삼성바이오 임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인천 연수경찰서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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