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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톡] 심사위원 과반 얻고도 고배…극동, 미운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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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1-24 11:00:38   폰트크기 변경      
진행= 채희찬 건설산업부장


채= 최근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1공구) 축조공사’ 설계심의에서 극동건설이 심의위원 15명 중 8명을 잡고도 석패하는 결과가 나왔다죠?

최= 기술형입찰 설계심의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하고도 고배를 마신 건 이례적인데 배점이 가장 높았던 ‘항만 및 해안(37점)’ 분야에서 밀린 영향이에요. 이 분야 심의위원 4명 모두 해양수산부 내부위원으로,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줬죠. 이 분야가 절대적인 배점 비중을 차지해 극동건설이 다른 분야에서 선전했어도 역부족이었어요. 단순히 봐도 항만 및 해안 분야는 위원 1인당 점수가 9.25점으로, 토목구조(10점) 분야 위원 3명의 점수를 합한 배점에 육박해요. 이보다 배점이 낮은 환경(7점, 위원 3명)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해수부 내부위원 4명의 평가가 결국 승부를 가른 셈이죠.

백= 시장 안팎에서는 이미 심의위원 명단이 공개됐을 때부터 극동건설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어요. 지난해 말 극동건설 관계사인 남광토건이 수주한 ‘포항영일만 남방파제(2단계) 축조공사’ 때문인데요. 실시설계 과정에서 잡음이 심상치 않았나 봅니다. 해수부 측에서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남광토건은 원가부담 및 기타사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해수부가 우선시공분에 대한 계약 해지를 위해 법률 자문도 구하고, 기술검토 의견을 받아 실시설계 적격심의에서 부적격 결과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죠. 이후 진행된 심의는 모두 외부위원으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해수부 내부위원이 들어가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결국 남광토건은 적격 판단을 받아 현재 정상 추진 중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해수부에 밉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채= 물론 항만 및 해안 분야에서 현대건설 설계가 뛰어나 몰표로 이어졌을 테지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네요. 포항영일만 남방파제 설계심의 당시를 돌이켜봐도 그렇죠?

최= 당시 심의에서도 항만 및 해안 분야 배점은 35점으로 압도적 비중이었습니다. 당시 이 분야 심의위원 5명 중 3명이 해수부 내부위원이었죠. 당시 GS건설과 남광토건이 맞붙었는데, 내ㆍ외부위원 모두 남광토건의 손을 들어줬어요. 이번 군산항 제2준설토 1공구 심의와는 정반대 결과죠. 물론 이런 의혹이 해수부 내부위원의 평가를 좌우했을 리 없고 그래서도 안 되죠. 하지만 심의 전부터 해수부가 단단히 벼르고 있어 극동건설이 이길 수 없는 판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으니 괜한 의혹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결과도 그랬으니까요.

백= 이제 시선은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2공구) 축조공사’로 향하고 있습니다. 2공구는 동부건설과 남광토건이 경합 중인데요. 1공구와 마찬가지로 항만 및 해안 분야에서 해수부 내부위원이 모두 투입된다면 동부건설의 몰표를 점치는 시각이 많아요. 아직 심의위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 분야 풀(POOL) 총 15명 중 9명이 해수부 인원이어서 아무래도 절반 이상 선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수부 내부위원이 얼마나 들어갈 지, 그 영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지켜볼 대목이네요.

채= 요즘 민간투자시장에서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지역 현안 사업들이 있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죠? 안재민 기자를 초대해 얘기를 나눠보죠.

안= 서부선 경전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가 대표적인데요. 모두 시장의 주목도가 높고 인근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는 핵심 교통망입니다. 서부선 경전철의 경우 다음달 27일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수요 예측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요 예측 재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을 넘겨 첫 삽을 뜰 공산이 크죠. 은평구, 서대문구 등 노선 인근 주민들은 이미 극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거죠. GTX-C도 의정부·양주 시민들에겐 서울 접근성을 뒤바꿀 핵심 인프라인데, 연내 착공이 어렵습니다. 설령 내년에 착공해도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개통 시점이 2031년 이후로 밀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죠.

백= 두 사업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사업비가 이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건설사들이 착공 버튼을 못 누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사업비 조정 논의 중” “민간과 협의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죠. 지역 교통망은 실핏줄처럼 한 번 늦어지면 생활권 전체가 뒤처집니다.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이죠. 위례신도시에는 2013년부터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12년이 흐른 지금도 지하철이 없습니다. 위례신사선 민자사업이 추진됐지만 건설비는 치솟았고, 민간사업자는 백기를 들었죠. 지난해 정부가 새 사업자 선정에 나섰지만 민간과 눈높이가 다른 탓에 재정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신속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기본계획 수립과 기본·실시설계 등의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채= 서부선, GTX-C가 제2의 위례신사선이 될까 우려스럽네요. 정부가 ‘원론’만 내세우지 말고 착공을 앞당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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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백경민 기자
wiss@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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