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청사, 생활 기반시설로 진화
강원·서산·영등포 등 연이은 수주
도시·자연·일상 잇는 설계 돋보여
스튜디오원 기반 디자인 전문조직 운영
주거·도시·공공 아우르는 ‘통합설계’
초고층 등 고부가가치 분야 역량강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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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홍길 건원건축 회장은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공공청사는 행정 기능을 넘어 시민과 호흡하는 열린 플랫폼이 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며 “업무 기능뿐 아니라 이웃 간 교류, 학습, 휴식 등 활동을 수용하는 지역의 핵심 기반시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행정 기능 중심의 관공서에 불과했던 공공청사가 지역의 생활 기반시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 서비스 다양화·세분화 흐름이 맞물리며 청사는 도시의 공공영역을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최근 전국 지자체의 설계공모에서도 청사의 역할을 시민 중심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읽힌다.
이러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이하 건원건축)은 지난해부터 △강원도 신청사 △서산시 신청사 △영등포구 통합 신청사 △광운대역세권 공공용지 문화복합시설 등 굵직한 공공사업 설계권을 잇달아 거머쥐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맥락을 읽어내는 기획력, 다층적 행정·복지 기능을 통합하는 설계 프로세스,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조직력이 조화를 이루면서다.
곽홍길 건원건축 회장은 24일 〈대한경제〉와 만나 “오늘날 공공청사는 지역의 시간·자연·일상이 중첩되는 생활 무대”라며 “지역의 문화척도를 나타내는 시설인 만큼, 주민의 일상을 품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원건축의 공공 프로젝트는 제각기 상이한 대지와 도시 조건 속에서도‘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 행정 기능을 상층부로 올리고, 저층부와 외부 공간을 시민에게 환원하는 구조, 공원·보행축과 연계된 오픈스페이스, 시간·자연·생활 흐름이 연결되는 동선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청사를 이용자 관점에서 새롭게 조직하려는 일관된 설계 태도이자, 곽 회장이 강조하는 공공건축의 기본 조건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시계획과 대규모 주택단지 설계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단지 차원에서 사람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을 다뤄온 노하우가 도시 단위로 자연스레 확장된 셈이다.
영등포구 통합청사는 건원건축의 건축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다. 건원건축은 영등포 전역에 흩어진 공공기능을 한 데 모아 행정 흐름을 통합하고, 생활권 접근성을 높여 시민 중심의 청사로 재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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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 통합 신청사 건립사업’ 조감도. / 사진=영등포구 제공. |
작품명이자 핵심 콘셉트인 ‘공공지평(公共地平)’은 도시와 자연,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가 하나의 수평적 플랫폼에서 만나도록 구성했다. 당산공원과 맞닿은 중심부 YDP 스퀘어는 지역 주민이 모여 소통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는 ‘도시의 마당’으로 계획해 주변의 일상 동선을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커뮤니티 시설과 녹지가 어우러진 청사는 향후 서울 서남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산시 신청사는 지역의 시간성과 자연환경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프로젝트다. 건원건축은 ‘Time Scape Seosan’을 통해 서산의 지형·역사·생활 패턴을 하나의 공간 흐름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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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시 시청사 건립사업’ 조감도. / 사진=건원건축 제공. |
해미읍성의 축조 방식을 변용한 열린 저층부, 관아문의 열주 형식을 현대화한 타워부, 처마 곡선을 닮은 지붕 형태를 주요 디자인 요소로 삼으면서다. 기존 청사에서 부춘산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Time Corridor)’은 행정동을 지나 녹지로 이어지며 시민의 일상과 역사적 흔적, 자연 요소가 겹쳐진 서산의 지역성을 드러낸다.
강원도 신청사는 강원도의 장대한 자연성을 응축한 ‘수평적 단일체(MONOLITH)’가 중심에 선다. 건원건축은 이에 더해 정형의 입체광장, 통합 청사 개념을 결합해 공공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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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신청사 건립사업’ 조감도. / 사진=강원도 제공. |
건물 내부에는 본청, 의회, 도민 편의시설을 명확히 구분해 배치하면서도 내부 동선과 프로그램은 상호 연계되도록 조직해 ‘분리 속 통합’의 구조를 구현했다. 휴게공간 및 열주공간, 계단광장 등의 다양한 외부공간 요소들은 도민들에게 열린 광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광운대역세권 문화복합시설은 생활SOC, 도서관,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허브’ 전략이 핵심이다. 저층부에 연속된 라운지와 개방형 도서관을 배치해 시설 간 경계를 허물고, 도시의 보행 흐름을 내부로 끌어들여 지역사회가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거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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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운대역세권 공공용지 개발사업’ 조감도. / 사진=노원구 제공. |
중정형 배치를 통해 단절된 도시 경계를 완화하고, 다양한 레벨의 도시 활동이 수직·수평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계획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공공시설을 지역 커뮤니티의 확장된 생활공간으로 해석하는 곽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연이은 수주 행진의 배경에는 조직 전체가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움직이는 운영 방식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곽 회장은 “별도 디자이너 조직인 ‘스튜디오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설계체계를 일찌감치 구축했다”며 “매주 진행되는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는 핵심 의사결정을 공유하며 본부 간 경계를 최소화한다”고 짚었다.
지속가능한 공공건축에 대한 원칙도 분명하다. 그는 “공공청사는 지역 주민이 건축주라는 생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사업성이나 유행을 좇기보다 지역의 맥락과 공공성을 우선해 담백하고 절제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계획과 녹색청사 구현 역시 같은 원칙 아래 추진 중이다.
회사의 중장기 목표를 묻는 질문에 곽 회장은 외형 성장 대신 미래 비전을 먼저 꺼내들었다. 그는 건원건축을 ‘가치를 디자인하는 조직’으로 규정하며, “시니어주택, 고급주거, 메가스트럭처, 초고층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도시·공공·주거를 아우르는 통합 설계 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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