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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벌써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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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2 06:01:08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내일이면 12ㆍ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꼭 1년이 된다.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가짜 뉴스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로 초현실적이었다. 지금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국가 위기’라면서 군을 동원했지만, 정작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준을 무시한 권력의 폭거였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고’를 치고도 “평화적 계엄”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던 대통령을 자리에서 쫓아내고 새 대통령을 뽑아 혼란을 수습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했고, 국제 외교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쫓겨난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사태 주요 관련자들은 내란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신속한 내란전담재판부, 내란영장전담재판부 설치로 국민이 명령한 내란 청산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내란 혐의 사건의 중대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철저한 내란 청산’을 위해서는 기존 재판부 대신 별도의 전담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과 법원행정처 폐지, 법을 잘못 해석ㆍ적용한 판ㆍ검사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도입 등 다른 사법개혁 법안도 올해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정 사건을 맡을 판사를 외부에서 고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작위 전산 배당 등 기존 원칙을 무시한 채 정치권 등 외부의 개입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치명적이라는 이유다. A부장판사는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라는 비판도 많다. 사법부를 흔들어 특정 사건의 결과를 유리하게 바꾸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사가 정치적인 보복과 여론의 공격을 두려워하게 되면, 결국 재판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단순히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정도의 비판으로는 부족하다. 내란을 주도하거나 관여한 이들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고,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망가뜨린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단죄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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