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요국 통화정책 엇갈려…단기 변동성 불가피
환위험 관리전략 병행 등 포트폴리오 재점검할 때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전문가들은 고환율 속 달러예금 등 환테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가치의 약세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금리인하 속도가 완만한 데다 미 증시 등에 대한 투자 선호가 여전해 달러 약세의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해외투자은행(IB)은 내년 주요국 통화정책은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4.00%에서 내년 말 3.25%까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2.15%를 유지하고,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1.0%선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미국의 고금리 매력이 약화하면서 달러 강세 기반도 서서히 흔들릴 것으로 분석된다. 신윤정 SK증권 연구원은 “지표상 미국의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달러를 지지하던 힘도 약해질 것”이라며 “달러 결제 수요 감소, 환헤지 수요 확대가 달러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 자산시장의 수익률 선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수요가 오히려 달러 추가 절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달러인덱스 밴드를 93~98로 제시하며 최대 5% 수준의 약세 흐름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낮고,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꾸준한 만큼 달러 가치가 급락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달러 약세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폭은 제한적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달러는 약세 전환에 앞서 반등 국면에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 16일 96.63까지 떨어지며 연중 낙폭이 10%를 넘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확인되면서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지난 3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98.90으로 저점 대비 2.3% 상승했다. 유로화와 엔화 약세가 겹치는 것도 반등에 영향을 줬다.
이상원 국금센터 외환분석부장은 “일본 내각 교체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가 9월 중순 대비 약 6% 하락했고, 유로존 경기심리 지표 부진으로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며 “이것이 달러를 밀어올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약세 방향성과 별개로, 단기 등락이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고,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작업도 남아 있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 결제수요 감소, 환헤지 증가,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성 차이를 동시에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며 “달러 약세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단기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위험 관리 전략도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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