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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ㆍ기업도 투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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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5 17:37:53   폰트크기 변경      
美제련소 건립에 영풍 반발

고려아연, 현지 합작법인 설립
美 국방부 등 2조원 규모 투자
영풍 “최윤범 백기사 확보 의도”
유상증자로 지분구도 변화 관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 고려아연ㆍ연합 제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립 결정을 놓고 최대주주인 영풍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 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미국 남동부에 전략광물 제련소를 짓기로 의결했다. 사업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만들고, 미국 국방부ㆍ상무부ㆍ방산 기업 등이 약 2조원을 투자하는 구조다. 제련소에서는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을 생산한다. 울산 온산제련소의 습식ㆍ건식 통합 공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 제련소에서는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을 생산한다.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가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해 아연과 전략광물을 생산하는데, 미국 제련소에도 이 통합 공정이 적용된다.

이번 투자는 지난 8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방미했을 때 발표한 전략광물 협력의 후속 조치다. 당시 고려아연은 미국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미국이 고려아연과 협력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먼저 투자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영풍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면 투자자는 건설될 미국 제련소(프로젝트 법인)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고려아연 본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은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영풍은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자금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산업 공동화와 기술 유출 우려도 거론했다. 영풍은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와 기술 유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조원에 달하는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들에게 내어주는 구조는 이사회의 배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꼭 고려아연 우군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적어도 영풍 쪽 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특정 측 편에 서지는 않겠지만, 영풍ㆍ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 최대 주주임에도)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이사회 당일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사실을 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쟁점도 거론된다. 영풍은 “개정 상법상 이사의 총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올해 개정된 상법은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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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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