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법원이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 변경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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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곤돌라 예상도/ 사진: 서울시 제공 |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19일 한국삭도공업 등이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편의와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가는 곤돌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 등으로 남산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 기존 케이블카를 타려면 최소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기존 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은 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며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소송을 냈다.
남산숲 지키기 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정모씨와 남산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 2명도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곤돌라 노선이 남산 인근 학교와 주거지역 인접 구간을 통과하면서 소음과 경관 훼손, 사생활 침해, 학습 환경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맞섰다.
게다가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곤돌라 설치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케이블카는 1961년 정부의 허가 이래 한국삭도공업이 3대에 걸쳐 64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지만, 국유지 사용료는 연간 1억원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남산의 봉이 김선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집행정지 결정에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한국삭도공업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정해진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변경 또는 해제에 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의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여가ㆍ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역만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시설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자 했다면 공원녹지법 및 시행령 등에서 예외적으로 허가받아 할 수 있는 행위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며 “쟁점 조항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자연 보전을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인 만큼 법령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행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에는 언제든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적격(소송을 낼 자격)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삭도공업이 60년 넘게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막대한 수입을 거둬온 사정이 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적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서울시는 “공익성이 배제된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준수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할 판단”이라며 “해당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갖춘 행정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남산 곤돌라는 이동약자와 노약자 등 남산 접근이 쉽지 않았던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특정 민간 중심으로 운영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의 핵심 정책”이라며 “항소심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적법성, 정책적 필요성, 공익성을 명확히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번 소송과 관계없이 곤돌라 공사를 즉시 재개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곤돌라 설치 공사는 지난해 10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공정률 15%에서 중단된 상태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번 1심 판결은 서울시가 ‘남산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해 온 정책적 판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즉각 항소해 법적ㆍ정책적 정당성을 바로 잡고, 남산의 접근성을 회복해 ‘모두의 남산’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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