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구광모 “변곡점 선 지금, 기존 성공방식 넘어야”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2-22 11:19:16   폰트크기 변경      
LG, 재계 첫 12월 신년사로 혁신 경고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주LG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구광모 ㈜LG 대표가 재계에서 가장 먼저 ‘12월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 연초의 의례적 신년사가 아닌, 연말에 미리 던진 이 영상 메시지에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냉정한 인식과 함께, LG가 선택해야 할 혁신의 방향이 분명히 담겼다.

구 대표는 22일 국내외 LG 구성원들에게 ‘OOO님, 안녕하세요. 구광모입니다.(Hello, this is Kwang Mo Koo)’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2026년 신년사 영상을 전했다. LG는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신년사를 연초가 아닌 연말에 전달하고 있으며, 구 대표는 이 흐름을 가장 앞장서 이끌고 있는 총수다.

신년사 서두에서 구 대표는 “올해도 고객을 향한 마음으로 도전과 변화를 위해 노력한 구성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와 감사를 먼저 전했다. 그러나 곧이어 메시지는 단호해졌다.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성공 공식을 과감히 넘어서야 할 때”

구 대표는 지금을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며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더 이상 도약할 수 없다”며 “기존의 성공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혁신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개선이나 효율화가 아닌, **‘성공의 정의 자체를 다시 써야 할 시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구 대표는 혁신을 “오늘의 고객 삶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고객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부터 달라져야 하며, 그 출발점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핵심 가치에 끝까지 파고들어야 진짜 혁신이 된다”

구 대표 메시지의 핵심은 ‘선택’이었다. 그는 “타협할 수 없는 하나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할 때에야 비로소 혁신의 방향이 잡히고, 조직의 힘이 모인다”며 “고객의 마음에 닿을 단 하나의 핵심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 이후의 태도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선택한 그 지점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치열한 집중이 고객으로 하여금 ‘정말 다르다’고 느끼게 만드는 경험을 만들고, 결국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를 단기 성과나 트렌드 대응이 아닌, 장기 관점의 전략으로 연결했다. 그는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우리의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래 고객을 기준점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을 재편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신년사에 외부 전문가 전면 배치…“환경 변화, 내부 해석에 그치지 않겠다”

이번 신년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메시지의 앞부분에 외부 전문가 3명의 인터뷰를 배치했다는 점이다. 총수의 메시지 이전에 기술, 경쟁, 고객, 조직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짚어보게 한 구성은, LG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MIT의 조지 웨스터만 수석연구과학자는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로 또 한 번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며 “전기와 인터넷이 우리 삶을 바꿨던 것과 견줄 만한 변화가 삶의 전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쟁 환경과 관련해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수닐 굽타 교수가 등장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테크 기업과 전통 대기업들까지 비즈니스 전략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본과 자원이 많다고 해서 기존 방식만으로 성과를 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틀을 깨는 사고와 혁신적인 접근만이 생존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변화에 대해서는 트렌드코리아컴퍼니 전미영 대표가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하지 않는다”며 “왜 이 가격인지, 어떤 차별적 경험과 의미를 제공하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변화와 관련해 조지 웨스터만은 다시 등장해 “AI가 주도하는 급진적 변화의 시대에는 고객 기대와 투자자 요구, 경쟁사의 속도 모두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9년부터 이어진 ‘고객 가치’…이제는 선택과 집중의 단계로

구 대표의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는 단발성이 아니다. 그는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이 메시지를 진화시켜 왔다.

2019년에는 LG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 ‘남보다 앞서는 가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가치’로 정의했고, 2020년에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를 통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강조했으며, 2022년에는 한 번 경험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2023년에는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화두로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될 것을 강조했고, 2024년에는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했다. 2025년에는 LG 창업 초기 Day 1부터 이어져 온 ‘도전과 변화의 DNA’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26년을 앞둔 이번 신년사에서 구 대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에 모든 것을 걸 것인가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12월에 신년사를 던진 이유 역시, 다가올 한 해를 ‘준비의 시간’이 아니라 ‘결단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심화영 기자
doroth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