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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분쟁 승기 잡은 최윤범…고려아연, 美 제련소 사업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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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5 16:23:03   폰트크기 변경      

법원, 영풍ㆍMBK측 가처분신청 기각
10조 제련소 프로젝트ㆍ유상증자 ‘탄력’
내년 도입 집중투표제도 최 회장에 유리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4일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은 영풍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시간 문제로 여겨졌는데, 증자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사회 주도권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추진하는 74억30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와 연계됐다. 미국 전쟁부(40.1% 지분)가 최대주주인 크루서블 합작법인(Crucible JV)이 19억4000만달러를 조달해 고려아연 신주 220만9716주(지분 10.6%)를 인수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이 미국에 제련소를 짓는 대신, 미국 정부를 우호 주주로 확보한 것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지분율 구조도 달라진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증자 전 의결권은 영풍ㆍMBK 측 47.2%, 최 회장 측 33.1%로 14%p(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증자 후 의결권은 영풍ㆍMBK 측 42.1%, 최 회장 측 40.4%로 재편돼 격차가 2%p 이내로 축소된다.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 의결권은 증자 전 5.1%, 증자 후 4.6%가 된다. 기타주주 의결권도 14.5%에서 12.9%로 줄었다. 기타주주엔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됐지만 주총에 불출석하고, 신주발행 무효 소송이 걸린 현대차그룹 지분도 포함했다.

지분율 격차에도 그간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켜온 건 총 1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15명(직무정지 4명 포함)이 최 회장 측 인사였기 때문이다. 직무정지된 인원을 제외해도 4명 뿐인 영풍ㆍMBK 측 이사진을 앞선다.

문제는 최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뒀다는 점이었다. 이 중 5명이 최 회장 측이고, 장형진 영풍 고문만 영풍ㆍMBK 측으로 분류됐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지만, 워낙 지분율 차이가 커 내년 주주총회 때 영풍ㆍMBK가 최소 4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0주를 가진 주주가 6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주총에 참여하면 600개의 의결권을 갖게 되고, 이를 한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줄 수 있다. 소수 주주도 일정 지분만 확보하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집중투표제에서 6명 중 3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의결권은 42.9%로 계산된다. 증자 후 기준으로 영풍ㆍMBK는 0.8%p, 최 회장은 2.49%p의 의결권만 추가 확보하면 달성할 수 있다. 반면 4석을 가져오기 위해선 최소 57.1%의 의결권이 필요한데,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트가 모두 표를 몰아주지 않는 한 불가능한 숫자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총에서 ‘영풍ㆍMBK 3석, 최 회장 측 3석’ 구도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더 중요한 건 2027년 주총이다. 이때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무려 13명이다. 이 중 11명은 집중투표제로, 2명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로 분리선임한다. 3%룰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제도로, 상법 개정으로 2027년부터 적용 대상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된다.

증자 전 기준으로는 영풍ㆍMBK가 이 때 최소 7석을 확보하며 이사회를 장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증자 후 낮아진 의결권으론 5∼6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1명을 집중투표제로 선임할 때 5명 선임을 위한 최소 의결권이 41.7%, 6명은 50.0%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5명 선임은 자력으로 가능하고, 6명은 7.9%의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영풍ㆍMBK가 집중투표제로 6석을 확보해도 나머지 5석은 최 회장 측이 가져가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2석은 연합 형태인 최 회장 측이 모두 확보할 것이 유력하다. 결과적으로 2027년 주총 때 최 회장 측이 7석, 영풍ㆍMBK가 6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총 후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10명, 영풍ㆍMBK 측 9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이사회 임기가 2년인 점을 감안할 때, 지분구조 등에서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한 2028년 이후에도 이러한 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은 26일 진행된다. 이후 31일 주주명부가 확정되면 신주를 포함한 의결권 구조가 내년 정기주주총회에 적용된다. 영풍ㆍMBK는 이번 가처분 기각에 유감을 표하며,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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