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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쓰나미’… 올 기업 2000곳 넘게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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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5 16:22:40   폰트크기 변경      
문 닫은 中企 ‘역대 최다’… “내수부진에 고전”

11월까지 법인 파산신청 2037건

통계 이후 최대치… 경제 ‘빨간불’


올 서울회생법원 파산 신청 927건

중기 63% “내년 경영여건도 막막”

건설업계 하도급 연쇄부도 우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올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건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물가ㆍ고금리와 함께 1400원대 중반을 이어가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 법원통계월보


25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모두 20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45건)보다 16.7% 늘어났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연간 2000건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기록(1940건)은 이미 넘어섰고, 이대로라면 올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200건대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법인 회생과 파산은 둘 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 의미는 천지차이다.

‘법정관리’라고 불리는 법인 회생 절차는 기업이 채무를 갚을 능력은 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 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선택하는 제도다. 법인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이 기업 경영을 잠시 맡는 대신 채무를 조정하거나 경영 구조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다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반면 법인 파산은 기업이 더 이상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산을 청산하기 위해 진행되는 절차로, 그야말로 ‘기업의 끝’을 뜻한다. 법인 회생 절차와는 달리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003년(303건)부터 2012년(396건)까지는 매년 100~300건대를 유지했지만, 2013년 461건을 시작으로 2014년 540건, 2015년 587건, 2016년 740건, 2017년 699건, 2018년 806건, 2019년 931건으로 거의 매년 늘어났다.

이후 2020년 1069건으로 1000건대를 처음 넘어섰고, 2021년 955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2년 1004건, 2023년 1657건으로 다시 치솟았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940건으로 2000건대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월 117건, 2월 1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었다. 하지만 3월 17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나기 시작해 4월 265건, 5월 204건, 6월 182건, 7월 193건, 8월 162건, 9월 207건, 10월 174건, 11월 197건으로 매달 200건 안팎을 넘나들었다.

지역별로는 서울회생법원이 927건(45.5%)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회생법원 445건 △부산회생법원 118건 △대전지법 117건 △대구지법 90건 △인천지법 78건 △광주지법 72건 △의정부지법 62건 등의 순이었다.

법인 파산을 신청한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벤처ㆍ스타트업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올해 내수 부진으로 고전한 데 이어 내년 경영 환경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6년 경영계획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6.8%가 올해 경영환경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어렵지 않다’는 응답은 9.6%에 그쳐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의 6배에 달했다.

올해 경영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힌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의 주요 요인(복수응답)으로 ‘내수 부진’(79.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인건비 상승’(31.7%), ‘자금조달 곤란’(27.1%), ‘원자재 가격 상승’(23.6%) 등의 순이었다.

게다가 응답자의 63.1%는 내년 경영환경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15.2%나 나왔다. 반면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21.7%에 그쳤다.

건설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는 물론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재무상황 악화 등으로 중견 건설사들까지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실정이다.

게다가 부동산 미분양 등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시공사가 책임지는 ‘책임준공확약’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떠안는 사례까지 급증하면서 시공사들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 건설부동산그룹의 우현수 변호사는 “건설업계의 경우 공사원가 급등으로 원가부담 능력이 부족한 중견ㆍ소형건설사가 책임준공 기간 내 준공이 어려워지게 되고, 책임준공약정 위반으로 이어지면서 채무인수 등으로 신용이 악화돼 그 결과 기업 회생이나 파산으로 이어졌다”며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들의 연쇄도산까지 확대돼 어려운 한 해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공사는 PF대출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대응하는 게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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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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