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건설산업의 인공지능(AI) 업무 혁신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급속도로 성장ㆍ발전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자체 투자ㆍ개발이 여의치 않은 중소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부터 아마존웹서비스와 공동 개발한 ‘AI 에이전트’를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방대한 입찰제안서를 자동 분석해 리스크를 식별하는 AI-ITB 리뷰어 △법무ㆍ계약 리스크 관리ㆍ대응을 지원하는 AI-콘트랙트 매니저 △현장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프로젝트 엑스퍼트 등이 대표적이다. AI 중심의 전사 업무 프로세스와 임직원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대화형 AI 서비스인 ‘HAI’를 신규 오픈했다. HAI는 △계약 클레임 검토 △규정 및 지침 △건축ㆍ주택 지식정보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AI 시스템으로, 전체 계약과 공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상황별 관리 지침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계약 클레임 검토 과정에서는 유사 사례에 대한 비교ㆍ분석도 가능하다.
대우건설은 계약문서 분석 시스템인 ‘바로답 AI’를 자체 개발했다. 계약서와 시방서 등에 담긴 핵심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해 문서 검토에만 2주가량 소요되던 시간을 10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또다른 AI 플랫폼인 ‘바로레터 AI’도 눈길을 끈다. 이는 계약의 맥락을 이해하고 전문가 수준의 비즈니스 레터를 신속하게 작성하도록 돕는다.
GS건설은 기업용 오픈AI 프로그램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한 데 이어, 이를 활용한 사내 AI 경진대회를 여는 등 AI 기반의 업무혁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하자 예방 플랫폼’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축적된 시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로, 최근 1년 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회 하자 판정 ‘0건’을 달성했다.
포스코이앤씨는 AI 기반 레미콘 품질 예측ㆍ생산 자동화 기술을 구축했다. AI가 혼합 중인 레미콘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반죽 상태를 판단하고 배합 비율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타설 전 품질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AI 공사견적 모델’을 통해 내역을 일원화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단가를 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간 담당자의 판단에 의존해 계약 단가를 비교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베이스화 된 표준 내역과 과거 계약 단가를 토대로 적정성을 판단한다. 내역 체계의 일관성은 물론, 단가 산정 프로세스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는 일부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계약 분석, 견적, 현장 운영 등 폭넓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 전반의 AI 활용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중소사는 여전히 연구개발 역량과 인력 구조의 한계로 ‘AI 혁신’에 발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혁신은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얘기”라며 “AI가 산업 전반에 뿌리를 내리려면 중소건설사를 위한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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