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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지켜낸 삼성의 33년 전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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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06 17:23:59   폰트크기 변경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외경. 복원 전(왼쪽부터), 복원 직후(93년), 최근 모습. /사진:삼성전자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중국 상하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오늘날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있는 이 건물이 33년 전만 해도 흔적 없이 사라질 뻔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역사적 현장을 되살린 주체는 정부도, 공공기관도 아닌 기업이었다. 바로 삼성물산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7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찾는 가운데, 1990년대 초 삼성물산이 추진한 ‘숭산(嵩山) 프로젝트’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의 선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역사를 지키는 결단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1926년 7월부터 1932년 4월까지 약 6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사용한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오랜 세월 민가로 방치되며 계단과 창틀은 훼손되고, 내부 구조 역시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형된 상태였다.

1990년, 중국과의 정식 수교(1992년 8월) 이전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삼성물산은 이 사실을 접하고 복원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문화 후원이 아닌, ‘사라질 뻔한 역사’를 되살리는 프로젝트였다.

출발점은 현장에 있었다. 1990년 12월, 삼성물산은 ‘잘못 소개된 우리의 역사’라는 사내 발간물을 계기로 문화사업 확대를 위한 이벤트 현상공모를 실시했다. 이때 중국 상하이 출장에서 돌아온 유통본부 영업담당 이재청 부장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복원’을 제안했고, 해당 안건은 본사 경영회의를 통과하며 ‘숭산 프로젝트’로 공식화됐다.

프로젝트 명에는 한국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이 담겼다. 기업 차원의 역사 복원 사업으로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삼성물산은 문화부와 독립기념관의 협조를 받아 1991년 중국 상하이시와 공식 복원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이주 비용을 지원해 이주시켰고, 계단·창틀·내부 구조를 세밀하게 복원했다.

수소문 끝에 1920년대 사용되던 탁자와 의자, 침대 등을 수집해 회의실·접견실·집무실·숙소까지 임시정부 시절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단순한 외관 복원이 아닌 ‘역사적 시간의 복원’이었다.

1993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열린 준공식에는 김신 전 교통부 장관, 안춘생 전 광복회장, 윤주웅 씨, 최창규 독립기념관장, 신세길 삼성물산 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주웅 씨는 당시 삼성물산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할아버지가 비감한 마음으로 드나들었을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이 건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힘쓴 삼성물산과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삼성물산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정 청사 복원과 함께 중국 전역에 산재한 한국 문화재 실태조사를 진행해 문물·전적·유적 등 1400여 건의 문화재를 발굴했다. 이 성과는 중국과 국내에서 관련 책자로 발간돼 학술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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