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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갈랐다”…삼성은 20조 잭팟 vs LG는 9년 만의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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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12 05:40:11   폰트크기 변경      

그래픽:대한경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과 LG. 한때 ‘삼성·LG’라는 브랜드는 한국 전자산업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의 상징이었다. TV와 가전, 휴대폰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곳곳에 ‘코리아 프리미엄’을 각인시킨 두 회사는 나란히 성장했고, 나란히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2025년 4분기 성적표는 동일한 ‘AI 대전환’의 현 시점에서 이 두 기업이 더 이상 같은 궤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 갈림길의 중심에는 반도체라는 산업 선택이 있었다.

한국 전자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속에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반면, LG전자는 미국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 구조조정 비용이 겹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선 “반도체의 유무가 명운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초호황 타고 사상 최대 실적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2% 성장했다. 이는 국내 기업 역사상 단일 분기 기준 최고치로 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넘어선 기록이다. 연간 영업이익도 43조원을 돌파하며, 반도체 호황기의 정점을 다시 썼다.

상반기에는 스마트폰이, 하반기에는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었다.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D램·낸드 가격 급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3E) 매출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 수요가 폭증했고, 삼성의 반도체 사업(DS부문)은 분기 16조~1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AI 인프라 확산이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메모리 공급은 의도적으로 조여졌고 가격은 급등했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 국면에서 ‘설계·양산·패키징’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삼성은 세계 최대 생산능력(캐파)을 보유한 메모리 업체라는 지위를 그대로 수익으로 전환했다. 한때 ‘HBM 지각생’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평택·기흥 캠퍼스에 10조원 이상을 재투자하며 HBM4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美 관세·中 공세 직격탄·비용 부담 삼중고

반면 LG전자의 4분기 영업손실은 1094억원. 2016년 이후 9년 만의 분기 적자다. 생활가전(H&A)과 TV 사업이 계절적 비수기 속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와 중국 하이얼·TCL 등의 저가 공세에 직면하며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원가 부담, 해상 운임 상승,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동시에 반영됐다. 증권가는 4분기 비경상성 비용만 약 3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LG전자의 연간 매출은 8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성장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매출 증가가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규모의 함정’이 드러난 분기였다. 수요 붕괴라기보다는 △가격 경쟁 심화 △비용 구조 악화 △구조조정 비용 반영이 겹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LG전자는 이를 단기 부진이 아닌 체질 개선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전장(VS), 냉난방공조(HVAC), B2B·D2C 등 비(非)하드웨어 영역 비중을 절반 가까이 끌어올리며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전장사업본부는 4분기에도 4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갈림길은 이미 오래전에 놓여 있었다

재계에선 결국 두 회사의 실적 격차는 반도체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매각하며 메모리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에 승부를 걸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파도에 직면했다.

삼성은 반대로 30년 넘게 반도체에 ‘올인’하며 세계 1위 지위를 지켜왔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자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결과적으로 LG의 반도체 철수는 AI 시대 핵심 공급망에서의 이탈로 이어졌고, 이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때 재계 2위였던 LG그룹은 반도체 사업 포기 이후 순위가 하락해 현재 4위에 머무는 반면, 삼성은 25년 넘게 재계 1위를 지키며 AI 반도체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 다른 길 위의 두 거인…미래 먹거리 ‘전장’은 동행

양사가 공통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전장’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 역시 VS사업본부가 10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 전반에 적용되는 전장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강점이다.

2026년 삼성과 LG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브랜드지만, 성장의 축은 서로 다르다. 삼성은 메모리와 AI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지털 두뇌’ 산업을 장악하고 있고, LG는 전장·에너지·가전의 ‘디지털 신체’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한때 ‘쌍두마차’로 불렸던 두 전자기업의 궤적은 이제 확연히 갈렸다. 반도체가 갈랐고, AI가 그 격차를 넓히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고 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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