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 아래에서 민자사업은 착공도 하기 전에 사업성이 흔들리고 있다. 제안부터 협약까지 수년이 걸리는 동안 공사 환경은 급변하지만, 사업비는 과거에 묶여 있어 착공 전부터 갈등과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자사업은 민간의 사업 제안 이후 △제안서 검토 및 적격성 조사 △대상 사업 지정 △제3자 공고 △평가 △협상 △실시협약 체결 △실시계획 승인 △착공 △준공 △운영 순으로 진행된다.
최근의 민자사업 동향을 살펴보면 각 단계별로 드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예를들면 제3자 공고를 통해 지난 2020년 사업자를 선정한 오산-용인 고속도로, 서창-김포 고속도로 등은 사업자 선정 이후 5년이 훌쩍 넘은 현재도 사업비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지난 2024년 12월 발표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의 물가변동 위험 분석 및 정책방안’에 따르면 민자도로 11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최초 제안서 제출 이후 준공까지 평균 166.3개월이 걸렸고 길게는 210.4개월까지 소요됐다. 평균 13년 이상, 길게는 17년 넘게 걸린 셈이다. 제안서 제출부터 실시협약 체결까지는 평균 74.1개월이 걸렸고, 실시협약 체결 이후 준공까지도 평균 92.2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절차 속에서 사업이 처한 환경은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 건설 원가는 오르고 금리 등 금융 조달 여건도 달라진다.
각종 민원 대응, 안전·환경 기준 등 정책적 변수 등이 발생하면서 사업비는 더 늘어난다.
무엇보다 최근 민자사업의 공사 난이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도로, 광역철도 등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공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공법이 복잡해졌고, 공사비는 이전 세대 민자사업과 비교가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는게 업계 의견이다.
총사업비 사전 확정주의에 따라 공사비 증액이 어려운 만큼 사업자들은 공기 단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신안산선 사례에서 보듯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고가 일어나고, 또 다른 비용이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하다 보면 실제 필요한 사업비는 제안 단계에서 책정했던 사업비보다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착공도 안한 민자사업의 사업자들이 적자 시공을 하느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주무관청과 갈등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 탓에 공사비 증액이 어렵다면 통행료 인상 등으로 공사비 부족분을 운영 수입으로 상쇄해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마저도 공공성과 물가 관리 논리로 막혀있는 상황이다.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민자 시설 운영 수입 외 부대ㆍ복합사업을 통한 수익 보완뿐이지만 이 또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철도 민자사업은 여객 수송에 물류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 민자사업’ 모델을 제시했지만, “복합형 민자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할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민자 적격성 조사 단계에서 반려됐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사 기간 중에 벌어지던 공사비 갈등이 이제는 공사 시작 전부터 나타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사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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