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
작년 32년만에 최저치 ‘추락’
단가 하락했지만 운반비 올라
채산성 악화에 중소사 줄도산
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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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서용원 기자]국내 레미콘 공장 가동률이 3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공장은 존재하지만, 생산이 멈춘 ‘좀비 공장’이 일상화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14.4%에 그쳤다. 협회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저치다.
통상 레미콘 업계는 가동률 25∼30% 수준을 정상 범위로 본다. 출하 시간제한(8ㆍ5제)에 따라 하루 8시간만 가동하고, 우천 시나 겨울철 등에는 타설이 어려워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가동률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기록한 29.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장은 덩그러니 있지만, 생산설비가 멈춰 선 시간이 훨씬 길었다는 의미다.
채산성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레미콘 단가는 전국 평균 ㎥당 2900원 인하된 반면 운반비는 회전당 2500∼4000원 올랐다. 운송단가는 오른 반면 판매가격은 줄어든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특히, 지역 중소 레미콘사들의 고충이 심각하다. 대형 시멘트업체 계열인 다권역사는 원가 조정이나 내부 물량 배분 등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사는 건설사와 시멘트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탓이다. 지역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최근 품질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추가 비용 지급 없이 시멘트 함량만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며 “그만큼 생산원가 부담은 가중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레미콘 영업사원이 건설현장 유도원(신호수) 역할을 자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1㎥라도 더 납품하기 위한 처절한 자구책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자사 믹서트럭 진ㆍ출입 시 유도원 역할을 하고,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공사현장 바닥에 직접 물을 뿌리기도 한다”며 “영업차량에 아예 형광조끼와 경광봉 등을 싣고 다니는 직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물량이 부족한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주로 목격되고 있다.
한계 상황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의 줄도산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만 중소업체 3곳이 문을 닫았고, 강원 고성과 충북 충주에서는 업력 30년 이상의 업체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들은 조용히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위기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폐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 산업 붕괴 단계로 직행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협회는 조만간 전국 레미콘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영 상태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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