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가맹금도 가맹금… 명시적ㆍ묵시적 합의 없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한국피자헛 본사가 그동안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수백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차액가맹금 문제와 관련해 가맹점주들이 최종 승소한 첫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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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0년 12월 소송 제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판결에 따라 피자헛 본사는 2016~2022년 가맹점주들에게 받은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ㆍ원재료 등을 공급하면서 실제 공급원가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얻는 이득을 말한다.
미국 등에서는 본사가 가맹점 매출의 일정 수준을 로열티(상표와 영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로 받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로열티가 낮거나 없는 대신 차액가맹금이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소송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의 근본을 뒤흔든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유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매출의 6%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받으면서도,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중복해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본사 측은 차액가맹금이 가맹사업법상 허용되는 물품대금의 일부로, 별도의 사전 합의나 계약서 명시가 필요 없다고 맞섰다.
1ㆍ2심은 모두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가맹계약에 차액가맹금 지급 근거가 없고 지급 합의도 없었다”며 2019~2020년 차액가맹금 약 75억원을 부당이득으로 인정했다.
2심은 부당이득 반환 범위를 2016~2022년으로 넓혀 본사가 약 215억원의 차액가맹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가맹사업법령에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 간에 명시적ㆍ묵시적 합의도 없었다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본사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본사가 가맹점주로부터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합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가맹금의 지급은 가맹계약의 본질적 내용으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차액가맹금도 가맹금에 포함된다”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부터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맹계약 과정에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가 성립된 사실을 인정하려면 사회ㆍ경제적 지위, 가맹계약 체결 경위와 전체적인 내용, 가맹점사업자에게 묵시적 합의 체결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여부, 가맹본부가 법적 불확실성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불이익을 무릅쓰면서까지 합의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가맹점사업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분쟁을 넘어 국내 가맹사업 전반의 수익 구조와 거래 관행을 뒤흔드는 중대한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맹점주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YK의 현민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필수품목 지정권을 남용해 가맹본부가 부당한 ‘통행세’를 수취하던 후진적 관행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현명하고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깜깜이’ 마진인 차액가맹금 구조에서 벗어나 매출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로열티 기반 모델’로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맹본부와 점주가 갑을 관계를 넘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상생의 프랜차이즈 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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