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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만 ‘반도체 관세 빅딜’ 파장… ‘최혜국’ 한국엔 100% 관세 압박 카드로
대만, 5000억달러 투자로 ‘무관세 쿼터’ 선점…미국 반도체 전쟁 ‘새 국면’
러트닉 상무장관 “미국 생산 아니면 100% 관세” 경고…메모리 업계 긴장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미국이 대만과 파격적인 ‘반도체 무역 합의’를 타결하며 글로벌 반도체 관세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관세율 인하를 넘어 ‘미국 내 투자 규모’와 ‘무관세 혜택’을 직접 연동시킨 첫 사례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실질적인 투자 압박과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정책의 기준점을 ‘국가 간 형평성’에서 ‘미국 내 생산 기여도’로 이동시키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타결된 미·대만 합의는 그 정점이다. 대만은 직접투자 2500억달러를 포함해 총 5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은 그 대가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동시에 파격적인 ‘관세 면제 쿼터’를 부여했다.
핵심은 TSMC를 중심으로 한 생산량 연동형 면제 방식이다. 대만은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동안 생산능력의 최대 2.5배, 완공 후에는 1.5배 물량까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면제받는다. 이는 기본 관세율이 한국과 같은 15%일지라도, 대만은 사실상 대부분의 수출 물량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단순 관세율 비교를 넘어 경쟁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셈이다.
대만과의 빅딜을 마무리한 러트닉 상무장관은 곧바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향해 서슬 퍼런 경고를 날렸다. 그는 16일 뉴욕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발언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한국산 메모리가 미국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협상 카드로 쥐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역이용해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강제 이전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보한 ‘최혜국 대우(반도체 관세에서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 원칙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대만식 혜택은 ‘별도의 합의(separate agreements)’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나라도 대만 이상의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야만 동일한 수준의 면제 쿼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산 반도체 없이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 100% 관세가 즉각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TSMC가 애리조나 등에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무관세 물량으로 미국 시장을 선점할 경우, 한국산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은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TSMC는 지난 15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설비투자를 520억∼560억달러(76조5000억∼82조4000억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09억달러보다 27∼37% 늘어난 수치며, TSMC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도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대만 수준의 정량화된 관세 면제 공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2의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대만 간 관세 합의 모델이 한국의 반도체 관세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 중”이라며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후속 협의 전략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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