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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각살우’ 십상인 개정 정보통신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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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20 04:00:10   폰트크기 변경      

연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배드 뉴스’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정부 여당이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이 법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법 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데.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주의는 자정 및 설득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이 법은 정보가 불법인지 불분명하더라도 내용 전부·일부가 허위인 정보, 허위 정보 중 타인에게 해가 될 것이 분명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가 ‘타인을 해할 의도’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5배의 배상금을 물게 했다. 논란이 컸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법조문에 포함된 것. 야당과 언론단체 등은 “어떤 정보가 허위인지, 조작인지, 공익적 보도와 비판적 발언과 어떻게 구별할지가 모호하다”며 반대했으나 법은 루비콘강을 건너 이미 언론사와 언론인을 겨냥하고 있다. 자유로운 언론은 최소한의 허위보도를 감내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자리매김해 왔는데도 말이다.

첫 번째 쟁점에 대해 적확하게 선을 긋지 못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덧붙여지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법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소송이 봇물 터지듯 하면 현장을 지켜야 할 기자들이 법정을 집안처럼 드나들 수 있다. 그러면 취재는 누가 하나. 언론중재위원을 지낸 필자가 법 내용을 훝어본 뒤 떠오른 고사성어가 ‘이어령 비어령’이다.

한국언론에 대해 “언론자유는 높게 누리지만 반대로 신뢰도는 낮은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필자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언론 환경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한다. 절대 경쟁을 벌이면서 각자도생하는 탓에 ‘사회의 목탁’이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일제 압정과 군부독재와 싸워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뿌리내리게 한 언론의 역할을 폄훼할 수 없다. 만기친람하겠다는 욕심쟁이 대통령과 국민을 마음 아프게 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도록 여론을 만든 것도, 이익을 편취하려는 자본가의 만용을 고발한 것도 언론이다. 언론은 권력과 금력의 고름을 짜고, 독이 올라 방종하는 지도자를 겨냥하는 속성이 있다. 권력자는 이런 언론보도에 ‘가짜뉴스’ 낙인을 찍고 싶어한다. ‘가짜뉴스’의 씨앗은 레거시 언론이 아닌 일그러진 유튜버와 인플루엔서에서 싹트기 일쑤다. 그들의 잘못을 캐는 게 정도인데, 조준점은 레거시 언론을 바라보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

정부는 문제를 일으키면 벌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존 밀턴의 표현을 빌리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각을 처벌하는 폭력”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법이 존재하는 자체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세세하게 처벌 조항을 나열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상치된다.

표현의 자유를 언급한 최고 고전인 ‘아레아파티지카’에서 밀턴은 “나에게 어떤 자유들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설파했다. 이는 17세기 영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의회파가 제정한 출판허가제를 반대해 쓴 책이다.

언론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동체의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론인은 시민의 생각을 좇아 기사를 발굴한다. 권력자가 놓치거나 외면한 내용 중 공동체가 꼭 견지해야 할 가치에 관한 내용을 시민에게 알리는 게 언론이다. 심복이나 동료 정치인이 그런 말을 해줄 리 없다. 언론사는 특이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머리는 공적 가치를 지향하는 반면 몸통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형태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일반 기업에 적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언론사를 이익만 추구하는 사기업으로 단정하는 것이다. 그릇된 판단이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보완하면 될 일을 정보통신망법에 누더기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항을 덧댄 것은 ‘교각살우’다.

남궁 덕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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