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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케데헌이 쏘아올린 K-한옥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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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19 15:51:1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전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에 한국의 전통 가옥, ‘한옥(Hanok)’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살아보고 싶은 공간’, ‘짓고 싶은 건축물’로 진화하고 있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한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지만, 정작 노를 저을 ‘사공(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배(산업 기반)’는 여전히 전통 방식의 고비용 구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K-한옥의 세계화 전초기지인 전북대학교를 찾아 그 해법을 모색했다.


전북대학교 정문 전경(사진:이재현 기자)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캠퍼스. 지난 15일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한옥 양식의 문루가 시선을 압도한다. 캠퍼스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니 법학전문대학원, 도서관, 국제컨벤션센터, 심지어 카페까지 유려한 곡선의 기와지붕을 이고 있다.

캠퍼스에 자리잡은 ‘문회루’와 ‘건지정’ 등 캠퍼스 곳곳에 자리 잡은 정자들은 학생들의 쉼터이자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다. 전북대는 현재까지 교내에만 총 12채의 한옥 건물을 조성하며 캠퍼스 자체를 거대한 한옥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전북대학교 캠퍼스에 위치한 문회루 전경(사진"이재현 기자)

이러한 인프라의 중심에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설립된 ‘한옥건축학과’가 있다.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한옥건축 특성화 캠퍼스로 지정하고, 학부부터 대학원 석ㆍ박사 과정, 그리고 일반인과 전문가를 위한 평생교육 과정까지 아우르는 ‘한옥 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고창캠퍼스 실습장에서는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대패질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단순한 이론 교육을 넘어 실제 크기의 한옥을 직접 지어볼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야외 실습장과 첨단 목재 건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북대학교 고창 캠퍼스 실습장에서 한옥건축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전북대는 한옥 수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22년 베트남 퀴논시에 준공된 한옥 정자 ‘형제정’은 베트남 최초이자 유일한 한옥으로 기록됐다. 이어 필리핀 마닐라 아얄라몰에는 한국 정원을 조성했고, 미국 조지아주 엘리제이시에는 살림집 시범 건축을 시작으로 40채 규모의 한옥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알제리,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20여 개의 한옥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나 완료됐다. 한옥이 단순한 전통문화 유산을 넘어 수출 가능한 ‘고부가가치 상품’임을 증명해 낸 것이다.

하지만 K-한옥의 지속 가능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현장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비용 절감’과 ‘표준화’를 꼽는다. 전통 방식만을 고수하면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 대비 2배 이상 치솟아 대중화와 수출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한옥 설계를 일반 현대 건축과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하는 현재의 대가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한옥 특유의 복잡한 공정과 디테일을 반영한 설계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대학교 고창 캠퍼스 실습장에서 정자 지붕공사를 진행중이다.(사진:이재현 기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모듈러 한옥’과 ‘첨단 기술의 접목’이다.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는 이미 ‘한옥 레고’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레고 블록처럼 부재를 표준화해 조립하는 방식은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K-한옥의 도약은 개별 기술이나 단일 대학의 노력을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지원 시스템 구축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한다.

한옥 클러스터는 설계부터 자재 생산(제재소, 건조장), 전문 인력 교육, 시공,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원스톱 서비스’ 거점이다. 흩어져 있는 한옥 관련 산업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고, R&D를 통해 내화ㆍ내진ㆍ에너지 효율 등 현대 건축 기준에 맞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역시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6~30)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을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한옥 건축의 생태계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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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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