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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규범 선도”…모호한 기준에 혼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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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21 16:04:58   폰트크기 변경      
세계 최초 ‘AI 기본법’ 22일 시행

고영향 AIㆍ워터마크 의무화 등 도입

핀테크 등 1800여개사 규제 사정권

정부 “1년 유예기간…맞춤형 지원”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대한민국이 2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한다.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법안을 제정했으나 단계적 시행을 택한 것과 달리, 한국은 전면 시행을 통해 글로벌 AI 규범의 ‘퍼스트 무버’ 자리를 굳힌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산업계,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모호한 규제 기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제도 안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두되, 국민의 생명과 권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세 가지 축으로 구성했다.

첫째, ‘고영향 AI’ 제도의 도입이다. 법안은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및 기본권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AI를 고영향 AI로 정의했다. 에너지, 보건의료, 원자력, 범죄 수사, 채용, 대출 심사, 교통 등 10대 핵심 영역이 지정 대상이다. 해당 분야 사업자는 위험 관리 및 이용자 보호 방안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며, 관련 조치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보관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위반 시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둘째, ‘고성능 AI’에 대한 별도 규정이다.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AI 시스템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성능 기반의 분류와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셋째, ‘투명성 확보(워터마크)’ 의무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딥페이크 등 AI 생성물에 의한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공 시 이용자가 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챗봇이나 게임 등 서비스 내부 이용 시에는 UI나 로고로 유연하게 표시할 수 있으나, 외부로 반출되는 이미지·영상은 가청·가시적 워터마크나 메타데이터 적용이 필수적이다.

법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곳은 국내 약 1800개에 달하는 AI 사업자다. 특히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AI 역량 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채용 플랫폼,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분석해 입시 상담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 등 혁신 서비스 대다수가 ‘고영향 AI’ 범주에 포함될 전망이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규제 기준의 모호성이다. 법안에서 명시한 ‘중대한 영향’의 범위가 불분명해 자칫 과도한 해석에 따른 법률 대응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AI 스타트업 중 법 시행에 따른 대응 계획을 세운 곳은 단 2%에 불과할 정도로 현장의 준비는 미비한 실정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고영향군 정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법 시행은 사업자의 보수적 대응과 혁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법 시행 후 최소 1년 이상의 규제 유예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사실조사나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와 컨설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본법 지원 데스크’를 설치하고 밀착 지원에 나선다. 지원 데스크는 기업의 문의 사항에 대응하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규제 대상 AI 가이드라인 마련과 중소·스타트업 대상 맞춤형 법률 컨설팅을 제공한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AI 기본법은 완성된 법안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AI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해외 규범 동향과 기술 발전 추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유연하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EU의 AI법과 비교했을 때 규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EU의 경우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라는 강력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반면, 한국은 과태료 수준에서 제재를 최소화했다. 이는 규제를 통한 통제보다는 신뢰 기반의 산업 성장을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근우ㆍ민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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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민경환 기자
eruta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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