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총리 헌정 사상 첫 ‘오명’
윤석열 1심 판결에도 영향 불가피
위헌ㆍ위법한 포고령 발령
군ㆍ경 동원해 국회 등 점거
추종 세력 의한 친위 쿠데타
국민 씻을수 없는 상처 입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중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이라고 명시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다음 달 19일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판결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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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는데, 훨씬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최근 우울증 등으로 진단받았다”면서도 “범행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우선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등이 형법상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행위’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ㆍ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내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국헌 문란’은 △헌법ㆍ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ㆍ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12ㆍ3 비상계엄 선포로 위헌ㆍ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ㆍ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한 행위는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와 영장주의, 언론ㆍ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한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ㆍ중앙선관위 등을 점거ㆍ출입 통제하고 압수수색한 행위는 다수가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내놨다.
특히 재판부는 “12ㆍ3 내란은 윤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친위쿠데타”라며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비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내란 관련 대법원 판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처벌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12ㆍ3 계엄이 6시간 만에 빠르게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맨몸으로 맞선 국민들,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한 것이지 결코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짧은 시간에 내란이 끝났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한 전 총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12ㆍ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행위로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매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12ㆍ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 사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 절차를 거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전 총리를 법정 구속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인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했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한 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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