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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논리 없는 정당화가 부른 이혜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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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26 08:16:42   폰트크기 변경      

이혜훈 전 의원이 결국 낙마했다.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28일 만이다. 이 전 의원이 지명되자마자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고, 보수 진영의 일부는 장관직을 위해 보수를 버린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정치에서 '배신'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당적을 바꾼 이들이 상당수인데, 이런 식의 논리라면 그들 모두 '배신자'가 된다. 진영이나 정당을 바꿨다고 해서 곧바로 배신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존 소속 정당이나 진영이 부적절하다고 여겨 당적이나 진영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을 배신한 비리 정치인만이 진정한 '배신자'라고 불려야 한다.


물론 이혜훈 전 의원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혜훈 전 의원의 문제는 배신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이 매우 결여된 ‘행동의 정당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장남이 결혼 직후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부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해명은, 며느리가 이 의원 가족을 위해 두 차례나 전출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부부 간의 갈등이 심각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며느리가 시댁의 요구에 따랐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부부관계가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요 아파트 분양단지에 대한 부정 청약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에 다시 좋아진 이유도 의문이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 이 전 의원의 장남이 자신의 부인이 살고 있는 용산으로 주소를 합친 것을 우연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입시와 관련된 의혹 역시 제기됐다. 이 전 의원은 장남이 '다자녀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고 했다가, 자신이 헷갈렸다며 '사회 기여자 전형' 중 '국위 선양자'로 입학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 근거로는 시아버지가 받은 훈장을 제시했으나, 야당 의원은 해당 기준이 입학 요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당시 연세대 교무부처장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해당 기준은 연세대의 공개된 규정이며, 자신이 만든 규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국위 선양자' 기준에 대해서도 "청조근정훈장 등 몇 가지 훈장 종류를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도 입시 요강에 실제로 공개되었는지 사실 여부를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부동산과 입시라는, 우리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가지 의혹이 모두 제기된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도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초 대통령의 결단은 이번 주 중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지난 25일 전격적으로 지명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할 것이라면 빨리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근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합당이 친문 진영의 주력 세력이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친문 세력이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친명계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통령도 당내 강경 세력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친문 세력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강경 세력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강경 세력은 이혜훈 지명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명해왔다. 대통령이 강경 세력의 지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 전 의원의 임명을 강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경 세력의 지지가 절실한 정치적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지명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지명 철회는 '상식'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추진 중인 '통합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앞으로도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통합은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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