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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믹스]① 배당금 전부 쏟았다…정의선의 4년 로봇 베팅, 결실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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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02 10:17:50   폰트크기 변경      

기업가치 최대 146조원 평가…지분가치 10조원 이상
상속세ㆍ지배구조 개편 재원 충당…IPO 시점에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 CES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오토노믹스(Autonomics)

자동차 기업 실적표 너머의 전략, 지분율 뒤의 승부수, 투자에 담긴 베팅을 읽습니다.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오토노믹스가 풀어냅니다.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2021년 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인 계좌에서 2500억원을 꺼냈다. 행선지는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에서 로봇개가 춤추는 영상으로 유명했지만, 연간 수천억원 적자를 내는 회사였다. 상용화 작업마저 지지부진했던 이 회사를 현대차그룹이 1조원에 인수하고, 총수는 사재까지 털어 동참하니 시장엔 우려와 호기심이 교차했다.

투자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2년 600억원, 2023년 510억원, 2024년 1160억원 등 정 회장은 매년 유상증자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지난해에도 대규모 증자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계열사에서 받는 연간 배당금과 보수는 약 2000억원, 세후 실수령액은 1000억원 안팎이다. 말 그대로 번 돈 전부를 한 회사에 쏟아부은 셈이다.

4년이 지나 그 베팅의 중간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달 초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최초 공개하고,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연간 3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구체적인 양산 계획이 제시되자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향한 시장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증권업계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를 최대 146조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7년 기준 영업가치를 53조3000억원으로 추정했고, KB증권은 2035년 시장 점유율 15.6%를 가정해 128조원을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테슬라 옵티머스 사업가치와 비교해 146조원까지 내다봤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가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4년여 만에 수십 배 이상 뛴 것이다.


CES 2026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왼쪽)과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무대에 공개돼 있다./사진: 연합

◆승계 자금 10조원, 해법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증권가 추정대로면 정 회장이 쥔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21.9%(2024년 말 기준)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0조원이 넘는다.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 현대차그룹 승계 구도까지 뒤집을 규모다. 시장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바라본다.

1월 30일 종가 기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4.29%)의 가치는 약 5조7000억원, 현대모비스 지분(7.38%)은 약 3조원이다. 정 회장이 이를 상속받으면 최대주주 할증(20%)을 포함해 약 5조20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현대모비스 지분 추가 확보도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어,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지배구조 개편의 관건이다. 정 회장의 현재 지분은 0.33%에 불과하고, 상속 후에도 7.71%에 그친다. 업계에선 안정적 경영권 행사를 위해 최소 20% 수준의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높은 허들이 문제다. 현대모비스 최대주주는 기아(17.90%)고, 그 뒤를 정몽구 명예회장(7.38%), 현대제철(6.00%)이 잇는다. 정 회장이 상속과 시장 매입만으로 20%를 채우려면 기아 지분까지 넘겨받거나, 수년에 걸쳐 시장에서 사들여야 한다. 어느 쪽이든 1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정 회장의 연간 소득 1000억원만으로 해결하려면 족히 100년은 걸릴 규모다. 결국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했다. 해법은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가치 50조원 기준으로 정 회장의 지분(21.9%) 가치는 약 11조원이다. 100조원이면 22조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 후 지분 일부만 현금화해도 상속세와 모비스 지분 매입을 동시에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CES 2026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연합

◆34년 기술력, 양산 체제와 만나다

높은 기업가치 평가의 배경엔 34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있다. 1992년 MIT에서 분사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전체 인력의 40% 이상이 연구 인력일 정도로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아틀라스는 56개 자유도와 50㎏ 페이로드(하중), IP67 등급 방수방진 성능을 갖췄다. 25개 자유도에 20㎏ 페이로드인 테슬라 옵티머스와 비교하면 하드웨어 스펙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구글 딥마인드와의 AI 파트너십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50㎏ 페이로드는 단순한 기술 스펙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기준 작업자가 안전하게 들 수 있는 최대 하중은 23㎏이다. 그런데 자동차 조립라인엔 이 기준을 훌쩍 넘는 부품이 많다. 엔진 블록(45㎏ 이상), 변속기(35㎏ 이상), 도어 모듈(30㎏ 이상) 등이다. 2인 1조로 작업하거나 리프트를 동원해야 하는데, 아틀라스는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경쟁 모델들은 아직 도달 못 한 아틀라스만의 독점 영역이다.

이런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이 뒷받침한다. 핵심 고객이자 파트너인 현대차그룹은 연간 7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입장에선 기술을 시험하고, 양산하고, 실제 현장에 투입할 무대가 생긴 셈이다. 그간 구글(2013년)과 소프트뱅크(2017년)를 거치며 따라붙었던 ‘기술은 좋은데 돈은 못 번다’는 꼬리표도 떼낼 수 있다.

이미 연구실 로봇은 공장으로 향했다. 현대차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 실증을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현대글로비스도 미국 서배너 전기차 공장 내 물류 사업장이 첫 번째 실증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2028년까지 부품 정렬(시퀀싱)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제조공정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CES 2026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


미국에는 로봇 훈련센터 ‘알맥(RMAC)’도 구축한다.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해 기본 동작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으로 다듬은 뒤, 실제 작업환경에서 반복 훈련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개발을 맡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양산 스케줄에 맞춰 2027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여전히 분기당 10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아틀라스의 예상 판매가(약 15만 달러)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7배에 달한다. IPO 시점도 불투명하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CES에서 “IPO에 대해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외부 금융투자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아틀라스 양산이 본격화될수록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본다. IPO 시점과 방식이 정 회장의 승계 로드맵을 좌우할 변수다. 4년간 배당금을 전부 쏟아부은 베팅이 옳았는지, 이제 곧 답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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